“아저씨, 누구세요?” 김 명 조 I 법무사(경기북부)·소설가(제8회 ‘한국문협 작가상’ 수상) 법무사 K에게 고등학교 후배가 찾아온다. 친구동생이 성폭력 혐의로 구속되었는데 변호사를 소 개시켜 달라는 것. 그러나 2달 후 다시 찾아온 후배는 K에게 직접 항소이유서를 써달라고 종용 한다. 후배가 놓고 간 수사·공판기록을 꼼꼼히 살핀 K는, 검찰이 성폭력 혐의의 근거로 제시한 피해자 딸의 “아저씨, 누구세요?”라는 말이 사실은 성폭력이 없었다는 증거일 수도 있다는 추측 을 하는데… 37세 노총각, 술 먹고 가정집 침입해 ‘특수강도강간죄’ 선고 한창 성폭력범에 대한 사회여론이 악화되고 있을 때였다. 법무사 K에게 고등학교 후배 하나가 숨을 몰아쉬 며 찾아왔다. “창피한 일인데, 딱히 하소연할 곳도 없고…. 형이 좀 도와 줘요.” 후배는 백화점 매장에서 연봉 3 천5백만 원의 영업직 사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친구 동생이 며칠 전 강도강간 혐의로 구속되었다고 했다. 요령 부득으로 들려주는 후배의 말을 정리하면서 대충 무슨 사건인지는 알아들었지만 직감적으로 자신이 나설 일이 아닌 것 같아서 K는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사안이 어쨌든 때가 좋지 않았다. “아는 변호사 있으면 소개를 좀….” 눈치가 잽싼 그 후배는 그런 선배의 심중을 벌써 읽어낸 모양으로 말을 슬그머니 돌렸다. K는 썩 내키지 않았지만 그것마저 거절할 수는 없어서 평소 친하게 지내는 변호사를 소개해 주었다. 사실 그런 형사사건에서 법무사가 할 일은 별로 없었다. 그런데 한 2개월쯤 지났을까. 그 후배가 심각 한 표정으로 다시 나타났다. 이번에는 서류뭉치를 들고 있었다. “일이 완전히 꼬였어요. 형, 이 사건 좀 살펴보세요.” 그가 내민 서류는 1심 형사기록이었다. 후배를 흘깃 쳐 다보며 법무사 K는 서류의 맨 뒤에 끼어져 있는 판결문을 펼쳤다. 징역 3년, 특수강도강간죄(미수)였다. “이젠 변호사도 믿을 수가 없어요. 형이 항소이유서를 좀 써주세요.” 뭘 믿을 수가 없다는 건지 후배는 한참 횡설수설 하며 불평을 쏟아놓았다. 후배가 돌아가자 어쩐 일인가 싶어 K는 즉시 기록을 펼쳐 읽기 시작했다. 10월 중순이었다. 35살이 되도록 장가를 못간 피고인은 1주일마다 쉬는 백화점 휴일 전날, 일을 마치자마자 친구 한 명을 불러내 밤을 새며 술을 마셨다. 손님들이 원하면 죽는 시늉까지 해야 하는 업무에 스트레스가 꽤 쌓이는 편이었다. 그렇게 떠들고 마시며 밤을 꼬박 샌 뒤 피고인은 그 다음 날 아침 6~7시경 술집을 나섰다. 이미 다리가 풀려 걸음은 제멋대로였다. 법무사 K의 현장실화 ‘사건과 판결’ 【제4화】 노총각 주거침입 성폭력 미수 사건 48 『 』 2012년 8월호 법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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