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유불급(過猶不及) 기 원 섭 I 법무사(서울중앙) 법무사 일기 골프를 참 좋아하는 내 친구가 찾아왔다. 나도 마 찬가지로 골프를 좋아해서 친구와 나는 20여 년 전부 터 참 많이도 어울렸고, 핸디도 엇비슷한 사이다. 골프 좋아하기로는 그 친구나 나나 모두 둘째 가라면 서러 웠지만, 골프에 대한 생각만큼은 사뭇 달랐다. 친구는 골프를 ‘승부를 거는 스포츠’로 보는 반면, 나는 ‘사교 와 어울림’으로 보는 것이 그랬다. 그 차이는 ‘GOLF’에 대한 우스개 영문자 풀이에 서도 드러났다. 친구는 ‘G’를 ‘Green Grass’로, ‘O’를 ‘Oxygen’으로, ‘L’을 ‘Light’로, ‘F’를 ‘Foot’라고 해서, “햇빛이 내리쬐는 푸른 초원에서 맑은 공기를 마시면 서 걷는 운동”이라고 했고, 나는 ‘L’과 ‘F’를 ‘Learn’과 ‘Friendship’으로 풀이해서 “우정을 배우는 운동”이라 고 농을 하곤 했던 것이다. 그런 막역한 친구가 무슨 일인지 한참 침울한 얼굴 로 나를 찾아온 것이다. “나 완전 당했어.” 자리에 풀썩, 앉자마자 뜬금없는 한 마디에 나는 깜 짝 놀라서 언성이 높아졌다. “응? 그게 무슨 소리야? 당하다니? 60대 중반 나 이에 뭔 사고라도 친 게야?” “아니 그게… 골프로… 골프로 사기를 당했단 말이 야.” 친구는 거의 울상이 되어 나를 쳐다봤다. 아니, 다른 것도 아니고 골프로 사기를 당하다니. 싱글을 밥 먹듯 이 하고 프로와 아마추어가 함께 라운딩을 하는 프로 암대회에도 출전하는 친구가 골프 사기를 당했다는 사 실은 믿기가 어려웠다. 그러니까 사건은 1년 전쯤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친구는 서울 근교의 어느 비거리가 긴 고급연습장에서 우연히 40대 중반의 여인 하나를 알게 된다. “드라이버 비거리를 내려면 어떻게 해야 돼요?” 한동안 친구의 옆자리에서 연습을 하던 여인이 문 득 그렇게 조언을 구해왔다. “지금 비거리는 어느 정도인데요?” “제대로 맞으면 200미터 정도는 나가요.” 그간 여인을 지켜보기로는 고작해야 150미터 정도 는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물었는데, 의외로 많이 나간 다고 하니 조금 놀라서 친구가 말했다. “그 정도면 싱글이신데, 무슨 거리 타령을 하세요?” “잘 맞았을 때가 그렇다는 거고요, 보통은 150정도 밖에 안 돼요. 싱글도 간혹 치기는 하지만, 대부분은 80대 중반 정도예요.” 여인은 생글생글 웃으며 대화를 이어갔고, 이런 계 기로 친구는 그녀와 골프로 자주 어울리는 사이가 되 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그저 즐겁고 편안한 분위기였 다. 그리고 6개월 후. 그녀는 자신과 골프 실력이 비슷 하다는 같은 또래의 남자친구 둘을 소개한다. “가끔 내기도 하면서 같이 어울려 봐요.” 그녀의 남자친구들은 모두 골프 매너가 깔끔해 친 구의 맘에 들었다. 그렇게 별 의심 없이 그들과 친해진 친구는 골프라운딩을 하며 곧 내기 게임을 즐기는 사 이로 발전했다. 워낙 승부욕도 강하고 실력도 출중한 52 『 』 2012년 8월호 ; o:茨 법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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