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그게... 골프로.. 골프로 사기를 당했단 말이야.” 친구는 거의 울상이 되어 나를 쳐다봤다. 아니, 다른 것도 아니고 골프로 사기를 당하다니. 싱글을 밥 먹듯이 하고 프로와 아마추어가 함께 라운딩을 하는 프로암대회에도 출전하는 친구가 골프 사기를 당했다는 사실은 믿기가 어려웠다. 친구다 보니 타당 1만 원에 배판 2만 원에서 시작한 내 기게임이 횟수를 거듭하며 그 10배까지 부풀려지도록 돈 따는 재미에만 빠져서 정신없이 6개월을 흘려 보내 고 말았다. 그때까지 친구가 골프 내기로 딴 돈은 수천 만 원에 이르렀다. 그러던 어느 날. 여인이 제안 하나를 해온다. 실력 차이가 너무 나서 자기 친구들이 자꾸 돈을 잃어 속상 하니 바람이 많이 불어 승부를 가늠하기 어려운 제주 에서 1박2일 출장 라운딩을 하자는 것. 이길 것이 뻔한 내기를 거절할 이유가 없었던 친구는 선뜻 제안을 받 아들여 제주도로 건너갔다. 그렇게 순식간에 수억 원 의 돈을 날린 사건이 시작된 것이다. “그게 참 이상하대. 총 네 게임을 했는데, 첫 게임 에서 나도 평소보다 열 타 정도를 더 치는 80대 후반 을 쳤거든. 그런데 그 남자 둘은 하나같이 싱글을 쳤 어. 그리고 그 이후에도 계속 그러는 거야.” “실력차이가 현격해서 이미 수천만 원을 딴 자네가 왜 게임에서 졌을까?” “나도 그게 참 이상해. 그 사람들 실력이 그때까지 와는 전혀 딴판이더라고. 그동안 자신들의 실력을 감 췄던 거지. 참나. 제주도는 바람이 많은 곳이라 내가 실력발휘를 못한 거 아니냐면서 되려 내 탓을 하더라 고. 그러면서 자기네는 희한하게도 잘 쳐졌다는 거야.” 거기까지 들은 것만으로도 그 남자 둘에 대해 형법 상 도박죄를 물을 여지는 충분했다. 하지만 나로서는 따로 짚어야 할 것이 하나 있었다. “그런데 자네. 수억이나 되는 그 판돈은 대체 어디 서 난 겐가?” “요 얼마 전에 아내 이름으로 사놓은 아파트 한 채 를 팔았는데, 그 돈이야.” “그 자들이 그 돈 냄새를 맡고 접근한 거로군. 그래 부인이 그 집을 판 것은 알고 있나?” “집을 판 건 알지. 하지만 그 돈이 나한테 그냥 있는 걸로 알지.” “그 돈을 모두 잃은 사실을 부인은 알고 있으신가?” “그럴 리가. 이 사실을 알면 그냥 넘어가겠나? 자네 도 잘 알지 않나.” “이보게. 내 말 잘 듣게나. 그 돈, 그냥 잃고 마시게. 자넨 돈도 많잖은가.” “아니 이 사람아. 무슨 소리야? 난 억울해서 그냥은 못 넘어가. 특별수사를 하게끔 변호사라도 좀 구해주 시게나.” “굳이 고소를 해서 사건을 만들어야겠다면, 그 사건 을 맡을 변호사는 자네가 잘 알아서 선임하시게.” “이보게. 그렇게 어이없이 당하고도 가만있으란 말 인가? 이 친구야. 참 섭섭하네, 섭섭해.” 친구는 고소에 대해서라면 도와줄 수 없다는 내 완 강한 뜻을 읽었던지 입에서 섭섭하다는 말을 놓지 못한 채로 돌아갔다. 아마 친구는 한참 동안 나를 찾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상관없다. 승부욕이란 경쟁이 될 만한 상대와 했을 때 빛이 나는 것이고, 과한 욕심은 화를 부 르게 마련이다. 과욕의 대가는 스스로 치를 일이지, 애 먼 식구에게까지 그 해를 미쳐서야 되겠는가. ▒ 법무사 일기 53 —_— 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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