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법무사 8월호
56 『 』 2012년 8월호 법무사의 書架 6·25전쟁과 이념의 대립, 파란만장한 자전적 가족사 담아 오랫동안 대하소설을 읽지 않았다. 열정적인 무대가 막을 내렸을 때처럼 대하소설을 읽고 난 후의 왠지 모 를 허탈함과 막막함을 견디기 싫었기 때문이다. 이한준 법무사의 대하소설 『피안에 지다』는 6 · 25 한국전쟁 전 후의 파란만장했던 한 남자의 가족사를 다루고 있다. 필자 역시 어려서 월남가족인 어머니께서 고구마 소쿠리 앞에 식구들을 둘러앉히고 미소 띤 얼굴로 담담하게 당신이 겪었던 일제치하의 경험과 피난생활의 고난과 애 환, 조부모와 아버지와의 추억 등을 밤늦도록 이야기해 주실 때, 온 가족과 함께 울고 웃으며 들었던 기억이 있 다. 돌아가신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되살리며 이 긴 소설과 마주했다. 소설은 멧돼지 태몽으로 태어난 주인공 이철준의 아버지와 할아버지의 이야기로부터 시작된다. 아버지 이호 는 일제강점기 공무원으로 안정된 생활을 하던 중 6.25의 발발과 함께 피란을 하게 되고, 부산에 근무하던 이 호는 늙은 아버지에게 드릴 식량을 구하던 중 내무서원에게 연행되어 북행길에 오른다. 큰 아들인 철웅은 인민 군 대위 최강혁을 만나 인민군에 입대하고 이호는 작은 아들인 철준과 탈출을 시도하다 공개 처형된다(1부 ‘영 원한 별리’ 편). 2부 ‘운명’ 편에서는 무녀를 할머니로, 기생을 어머니로 둔 평양만석꾼 최첨지의 서자, 최바우가 등장한다. 일본 헌병을 살해하고 쫓기던 최바우는 하와이를 거쳐 미국 남부 뉴올리언즈 슈타인씨 농장에 정착한다. 그의 딸 써니는 슈타인씨의 아들 렌들러를 사랑하게 되고, 딸 모린을 낳는다. 렌들러는 한국전쟁에 종군하여 철준을 구해주게 된다. 3부 ‘격동(激動)의 세월’ 편에서는 형, 아버지와 헤어진 철준 역시 많은 시련과 아픔을 겪게 된 다. 61년 서울대학교에 입학, 고시공부를 하지만 실패하고 간첩과 접선, 삼청교육대에 끌려간다. 어머니는 남 편이 선물한 쌍가락지 한 쪽을 북에서 장교가 된 큰 아들 철웅에게 전해주라는 유언을 남긴 채 사망한다. 4부 ‘충과 역(忠과 逆)’ 편에서 큰 아들 철웅은 휴전 후 인민군 상위로 모스크바로 유학을 가고, 거기서 러시 아 여인 ‘마샤’와 부부의 연을 맺지만 곧 공화국으로 소환돼 헤어지게 된다. 이후 최강혁 중장과 함께 김정일 암 살계획을 모의하나 실패, 주석궁 앞에서 권총자살 한다. 대단원인 5부 ‘피안(彼岸)에 지다’ 편에서는 랜들러의 딸인 모린이 한국의 이산가족찾기 방송에서 아버지를 찾아 헤매는 철준을 보고, 랜들러와 함께 철준을 구명한다. 철준은 미국으로 망명해 ‘찰리 요한’이라는 이름으 로 목사가 되어 중국 땅에 선교사로 발을 딛는다. 평양을 찾은 철준은 형 철웅의 행방을 찾고, 철웅의 러시아 딸 타냐와 상봉해 쌍가락지의 짝을 맞춘다. 이후 북한주민 구제를 위해 의사가 된 철준은 북한에서 의료봉사와 비밀선교를 하다 수용소에 감금되고, 수용소 정치범들의 탈출을 돕다가 처형을 당한다. 역사의질곡을넘어 ‘피안’은어디에? 이한준 법무사의 대하소설 『피안에 지다』 를 읽고 최 인 수 I (사)한국성년후견지원본부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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