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법무사 8월호
법무사의 書架 57 9년에 걸쳐 쓴 장편 소설, 원대한 무대에 현대사 질곡 담아 대하소설답게 이 소설의 시공간적 배경은 매우 광범한데, 꼬박 9년의 세월을 바쳐 썼다는 것을 보면 초보작 가로서 그럴 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 소설의 시대적 배경은 조선말 고종 때부터 시작한다. 외세 침략기의 쇠 잔한 조선을 배경으로 몰락해가는 양반과 민초, 만석꾼과 무녀, 기생, 씨름꾼 등이 등장하고, 일제의 조선 병탄 이후 세월을 뛰어넘어 일제 말의 암울한 시대분위기와 해방정국과 좌·우익의 대립, 6·25의 민족상잔과 비극 을 거쳐 삼청교육대를 지나고 2000년 말의 현대로 달려간다. 질곡의 시대였던 이 시대에 수많은 인연들의 매 듭과 헤어날 수 없는 굴곡진 민초들의 삶은 결국 ‘운명’이라는 단어로 귀결되어질 수밖에 없다. 누구에게도 그 것은 결코 원했던 삶이 아니었을 테니까. 역사 속의 인간의 의지란 이렇게 보잘 것 없는 것인가? 결국 저자는 주인공 철준에게 목회자의 삶을 부여하 여 신의 존재를 물을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인공 철준이 마지막 순간에 관념상의 존재 가 아닌 북녘 땅을, 가고자 했던 피안(彼岸)으로 부를 수밖에 없었던 것은 저자가 아직도 피안을 찾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는 반증이 아닐까? 한편으로 이 소설의 공간적 배경도 대하소설의 무게만큼 감당하기 힘에 부친다. 저자는 이 소설을 완성하기 위해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며 한 달여 러시아를 떠돌았고, 거대한 미국의 남부지역과 중국동북 지역을 여행 했다고 한다. 이런 여정에서 저자가 걸어온 세월의 아득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2부의 배경을 뉴올리온즈를 선 택한 이유 역시 추론해봄직하다. 스페인이 지배하다가 프랑스의 지배로, 다시 스페인과 프랑스가 엎치락뒤치 락 각축을 벌이다가 영국의 식민지가 된 역사적 사실과 멕시코만에 접하여 아프리카 노예를 실어나르는 노예 무역의 중심지였다는 점에서 질곡의 역사를 상징하는 곳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 소설은 저자의 어머니께 헌정된 작품이기도 하며 가족사이기도하다. 1941년생인 저자는 6·25를 경험하 고 민족의 현대사를 온몸으로 감내한 터다. 인생역정 역시 만만치 않아, 경기중고를 거쳐 서울대에 입학하였지 만 중퇴하고, 이후 공무원, 자영업, 실업자 생활을 거쳐 1996년 55세의 나이에 법무사시험에 합격한다. 2008 년 만학도로 서울대에 복학해 중문학과와 종교학과를 졸업한 저자의 이력에서 짐작하듯 이 책은 그의 자전적 소설이라 할 수 있다. 소설 속의 이철준은 ‘이한준’ 본인의 아바타라 할 만하다. 아직도 이데올로기가 사람들의 마음속에 증오를 키우고 이산의 아픔을 간직한 민초들의 못다한 서러운 이야 기들이 널려있는 이 땅에서 저자는 객관적 시각으로 역사와 이념을 이야기 하며 자신을 돌아보고자 노력한다. 객관적으로 역사를 관조하는 것은 과연 가능한 것일까? 독자들 역시 그와 함께 시공간을 넘나들며 시대적 가 치를 재조명해 보며 오늘의 삶을 반추해 볼 만하리라. 다만, 역사적 사실에 대한 다소 부연적인 설명과 긴 지문 은 소설의 재미와 감정의 몰입에 다소 부정적일 수도 …. ▒ 역사 속의 인간의 의지란 이렇게 보잘 것 없는 것인가? 결국 저자는 주인공 철준에게 목회자의 삶을 부여하여 신의 존재를 물을 수밖에 없었던 것 같 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인공 철준이 마지막 순간에 관념상의 존재가 아닌 북녘 땅을, 가고자 했던 피안( 彼岸 )으로 부를 수밖에 없었던 것은 저자가 아직도 피안을 찾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는 반증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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