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법무사 8월호
58 『 』 2012년 8월호 부여야유회, 사라진유물들을생각하며 민 영 규 I 법무사 (인천) 부소산유적·유물속에깃든역사 백마강을 유유히 젓고 서있는 부소산은 이미 자욱 한 물안개 속으로 잠겨 버렸는데 아미타의 낭낭한 독 경소리만 그 안개 속을 휘젓고 있었다. 삼천궁녀의 눈뜬 원혼이 아직도 그 차디찬 강물 속을 떠돌고 있 는 걸까. 꼭 감은 눈에서 끊임없이 흐르는 눈물인가. 백마강은 그토록 잔인하리만큼 무심하기만 했다. 백제가 결박되어 무릎을 꿇던 날, 그날의 처절한 몸부림이 갇힌 영혼의 절규처럼 그 절절했던 흔적 들을 아직까지 다 씻어내지 못하고서 억겁의 세월 을 또 그렇게 부질없이 살아가려 하는가. 사람들은 이 세상에서 겪었던 아픔을 위무하고 또 메마른 삶에 생기를 덧칠하고 거기에 더하여 사 람과 신과의 간격을 허물어서 헤아릴 수조차 없는 신비의 영험에 들고자 고란사의 불상을 향해 합장 을 하는데 어디서 날아들었는지 이름 모를 새 한 마 리가 가파른 비탈에서 애처롭게 우짖는다. 지난해 5월 21일. 인천지방법무사회 부천지부는 매년 봄·가을로 예정되어 있던 야유회 겸 관광을 백제의 고도 부여에서 가졌다. 부여는 필자가 중학 교에 다니던 60여 년 전(1951년) 이래 두 번째 방문 이었다. 그 당시 필자의 뇌리에 깊이 각인된 부여의 영상은 보리밭 한가운데 천연스레 서있던 석탑과 마냥 고즈넉하기만 하던 부소산의 모습이었다. 필자는 영원은 우연이란 주술에 홀리어 역사의 거대한 풍랑이 멈춰있던 그 시간 속을 다시 뒤척거 려 보았으나 아무것도 건져내지 못하고 말았다. 철 옹 같은 권위와 찬란한 문화가 번득이던 흔적은 고 사하고 역사의 갈피에 남아있음직한 상처조차 찾아 낼 수가 없었으니, 그건 연륜의 지혜가 가득한 유적 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랬기에 우리를 역사 속으로 끌어들이지 못하고, 눈을 감아 도 아득히 가슴 저미는 신비가 깃들이지 않았다. 사실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대화이며 죽은 자의 부름에 산자가 응답할 때 그 진정한 역사를 경험하 게 된다고 했다. 이런 경지에 이르지 못한 필자는 분명 경이로운 눈으로 역사를 경험해 보지 못했거 나 상상력이 빈곤한 탓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흔히 이르기를 과거사가 밝은 햇볕을 쬐면 역사 가 되고, 어두운 달빛에 젖으면 신화가 된다고 했다. 그러나 그보다는 과거사가 기록으로 남으면 역사가 되고, 구전으로 내려오면 신화나 전설이 된다고 해 야 더 설득력이 있고 합리적인 분석이 아니겠나. 사실 역사적인 사실은 기록자의 마음과 안목을 통해서 재구성될 수도 있고 또 그보다는 승자의 기 록이란 걸 결코 배제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필자는 역사를 호도하려거나 마구 허물고자 하는 의도는 전혀 없다. 다만 우리 고대사가 마치 전쟁과 약탈 등으로 얼 룩졌던 것처럼 기술되고 있으나, 오랜 세월을 통해 멸실되어 버렸거나 도굴되고 탈취 당했을 유물들만 다 찾아낼 수 있어도 그 유물은 물론 그 속에 깃들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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