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 소나무아래앉아서 송 홍 만 1 법무사(경기중앙) _-- - - - • -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 하늘나라가시는날소나무칠성판에 누워 소나무로 만든 상여 타고 편히 가셨지. 거센 바람도 솔잎 사이를 지나면 솔솔 부는 솔바람이 되고, 가지 마다쌓인 눈무거우나가벼우나말없이 견디며, 태어난자리면 바위 틈도 마다 않고 사시사철 푸르름 간직하고 하늘 우러러본다. 광교산 산마루에 아름드리 소나무 아래 앉아서 푸른 가지 사이로 파란 하늘을 본다. 할아버지는한봉산(漢峰山) 양지 녘에 터를잡아 봉림사馮벼待寺) 종소리 들으며 자란 소나무로 초가 집을 지으시고, 할머니는 나의 첫울음소리 반기시 며 솔가지 매단 금줄 치시고, 소나무 장작 불에 쌀 밥을 지으셨고, 어머니는 그 밥을 잡수시고 힘을 얻 으셨겠지. 나는 자라 삼간대청 넓은 마루 이리저리 기어 다 니다가 소나무 대들보에 물고기 닮은 옹이를 보다 가 잠이 들곤 했고, 아버지와 형은 소나무 심고 길 러 푸른 꿈을 꾸시고, 누나는 산나물 뜯다가 송진 씹어 껌을 만들어 날 주었고, 사촌 형은 소나무로 만든 지게에 날 태우고 작대기로 장단 맞추며 돌문 이 고개를 잘도 넘 었고, 소나무로 팽이를 깎아 얼 음판에서 신나게 돌리고, 추운 겨울 청솔가지로 군 불을 때면 기나긴 겨울 밤이 따뜻하였고, 어린 가지 꺾어 속 껍질 벗겨 주린 배를 채웠지. 송화가루로 만든 다식, 솔잎 따서 찐 송편, 뿌리 에 기생하는 복령(萩答), 송이버섯은 모두 향기롭 고, 껍질에 홈을 내어 송진을 모으고, 뿌리를 말려 기름을 내고, 관솔을 떼어다가 어두운 밤을 밝혔고, 소나무 태운 그을음으로 먹을 만들어 글을 쓰고 그 림을그렸지.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 하늘나라 가시는 날 소나무 칠성판에 누워 소나무로 만든 상여 타고 편히 가셨지. 거센 바람도 솔잎 사이를 지나면 솔솔 부는 솔바람이 되고, 가지 마다 쌓인 눈 무거우나 가 벼우나 말없이 견디며, 태어난 자리면 바위 틈도 마 다 않고 사시사철 푸르름 간직하고 하늘 우러러본다. 총알 맞고도 살아있는 금강산 장터솔밭 소나무, 벼슬 받은 속리산 정이품 소나무, 왜적이 송진까지 짜간 흉터 남은 주왕산 소나무, 문경 농암면 반송 (盤松), 명당에서 자란 괴산 청천면 왕송(王松), 청 도 운문사 처진 소나무, 대궐 짓는 금강소나무, 보 기 힘든 백두대간 황금 소나무, 귀히 쓰이는 소나무 황장목(黃腸木). ”이 몸이 죽어서 무엇이 될꼬 하니 봉래산제일봉 에 낙탁장송 되 었다가…" ·‘남산위에 저 소나무철갑을두른듯…" 우리 조상 때부터 가장 가깝게 지내며 살아온, 끈끈한 사랑을 주고 받은 소나무가 바람결에 혼들 리니 그 운치, 그 맑은 소리, 그 푸른 빛깔, 믿음직 한 소나무와 같은 나라의 동량(棟梁) 서둘러 오리라 믿고 나니, 소나무 가지 아래로 해가 지고 있다. • 수상 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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