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법무사 10월호

4 『 』 2012년 10월호 권두언 국민의 법 감정과 형사입법 I 이 재 석 I 대구대학교 법과대학 교수 국민의 법 감정에 영합한 ‘중벌주의’, 범죄 억지력 없어 “일반교도소는덕행을가르치기위하여채택되는방법보다도더욱확실한방법으로부도덕한일을가르치고 있는일종의학교이다” _ 벤담(J. Bentham) 오늘날 사회 전반에 있어 ‘형벌의존증후군’이 일상화되고 있다. 머지않아 우리나라도 밤길을 혼자 다닐 수 없는 시기가 올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을 하는 사람들도 드물지 않게 볼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신변 안전에 불안감을 가지고 있으며, 이러한 불안에 대응하기 위해 엄벌주의 이데올로기가 힘을 얻어 형사입법 을 움직이고 있다. 성범죄의 빈발, 범죄자의 연소화, 흉악범죄의 증가와 이에 따른 체감치안의 악화, 범죄피해자의 권리보호 와 양형에 대한 사회적 관심의 증대, 그리고 이들 범죄경향들에 적정한 대처를 위해 유기법정형의 상한선 인 상, 공소시효의 기간연장이나 폐지 등 총론적 문제 이외에도 폐지된 보호수용제도의 재도입, 성폭행범에 대 한 화학적 거세나 신상정보 공개대상의 전면 확대 등이 논의되고 있다. 확실히 형사입법이나 사법이 국민의 법 감정이나 정의 관념과 괴리될 수는 없으며, 이것에 부응하는 것이 형사입법의 전제임은 물론이다. 문제는 여기에서의 “국민의 법 감정이나 정의 관념이란 도대체 무엇인가” 하 는 점이다. 이는 단지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킨 흉악범죄 사건을 접한 후의 시민이 가지는 일시적인 본능적 분노나 감성에 의한 원시적 형벌관과는 구별되어야 하며, 이러한 관념들이 입법에 반영되기 위해서는 이성 적인 법적 관념에 의해 정치하게 재구성되어야 한다. 여기에서 성폭력 등 흉악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거듭 시도되는 임기응변식의 중벌화 입법경향은 정치인들 이 별다른 실증적 검증 없이 국민의 환심을 사려는 상징입법의 전형으로 졸속·과잉의 여론입법이란 비난을 면할 수 없다. 먼저 사회복귀를 어렵게 하는 구금형의 장기화 입법경향은 사회의 적을 증가하게 하는 입법정책이다. 입 법에 있어 피해자 관점의 과도한 강조는 이성적 입법의 눈을 멀게 할 수 있으며, 이러한 경향은 이미 양형 실 무에서도 감지되고 있다. 더구나 폐쇄적인 행형은 경영학적으로도 가장 값비싼 제재의 일 형태이다. 중벌화에 따른 구금인원의 증가는 인적·물적 비용증대와 함께 구금시설의 과밀화를 초래하여 ‘재사회화’ 라는 행형 목적의 달성이 불가능함은 물론, 종국적으로 비참한 결과를 초래한다. 만약 사회적으로 흉악범죄 가 이슈화될 때마다 형량을 높여간다면 종국에는 대부분의 형벌이 사형이나 무기자유형으로 치닫게 되는 야 만 형법이 될 것이다. 이러한 형벌적 해악에 의한 위하 내지 범죄의 억지는 환상에 불과하단 사실을 역사적 경험들이 증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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