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법무사 12월호

수 상 60 『 』 2012년 12월호 눈이많은군산, 변비같은시(詩) 서해안에 위치한 군산은 겨울이 되면 생각보다 눈이 많이 내리는 도시였다. 군산에서 살아보지 않 은 사람은 모르는 일이다. 내가 군산으로 발령받아 살던 당시에는 자가용도 흔치 않은 시절이어서 대부분 사람들이 버스를 이 용하거나 걸어 다녔다. 눈이 귀한 순천에서 살다 온 탓에 하얀 눈을 원 없이 바라보고, 아무도 걷지 않는 눈 위에 발자국 을 남기며 자주 걷다보니 신선한 기분이 들고 이루 말할 수 없는 상념들이 머리에 떠오르곤 했다. 눈이 많아도 재난이라고 할 정도는 아니었기 때문에 낭 만적인 분위기에 젖을 수 있었다. 군산에서 나는 텔레비전보다는 라디오 듣기를 즐 겨 했는데, 당시 KBS라디오에서 매일 방송하던 「내 마음의 시」라는 프로그램을 열심히 들었다. 여성 낭 송 담당자가 기가 막히도록 감미롭게 시를 낭송하 고, 이어 시평 담당자가 초보자들이 알아듣기 쉽고 실제로 시를 쓰고 감상하는데 도움이 되도록 시평 도 잘 해 주는 프로였다. 어느 날 나는 눈을 소재로 시를 써서 방송국에 보내 시평을 받아 볼 결심을 하게 되었고, 내 평생 시다운 시 한 편 써서 당당히 시평을 받아보자 싶어 곧 눈을 소재로 한 시작(詩作)에 몰두했다. 눈 내리는 날 하늘을 잊고 사는 사람들의 머리에 축복으로 쌓이는 눈. 흰옷으로 단장한 나무들은 미래를 꿈꾸고 썰매를 타던 그리운 길 따라서 초야의 꿈속같이 감미로운 눈 위를 걸어가다가, 나는 나를 잊었네. 돌아보면 뒤쫓아 와서 순백의 꽃잎으로 다가서는 눈부신 발자욱. 아, 그리운 사람들. ‘눈내리는날’, 나의문학인생 이 보 연 I 법무사(경기중앙)·전 서울동부지방검찰청 검찰수사 서기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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