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법무사 12월호
마침내 엄청난 산통 끝에 「눈 내리는 날」이라는 한 편의 시가 탄생되었다. 한편의 시를 짓는다는 것 이 이렇게 고통스러울 줄은 정말 몰랐다. 갈고 닦기 를 20일 이상 날마다 밤을 새우며 매달렸다. 절차탁마(切磋琢磨, 옥·돌 따위를 갈고 닦아 빛 을 낸다는 뜻으로 학문이나 덕행 등을 배우고 닦음 을 이르는 말)가 무슨 말인지, 조탁(彫琢, 보석 따위 를 새기거나 쫌. 시문 따위의 자구를 아름답게 다듬 는 것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이 무슨 말인지를 뼈저 리게 느꼈다. 머리가 돌아버릴 것 같았고, 정말 괴로웠다. 각 고(刻苦)의 고통이 무슨 말인지도 확실히 깨닫게 되 었다. 퇴고(推敲)의 유래도 몸소 실감하였다. 시어 한 마디, 시행 하나, 연 하나, 하나하나에 뼈를 깎고 피가 마르고 살을 도려내는 듯한 고통을 수없이 반복했다. 읽고 고치고 또 읽고 고치고, 천 번 이상을 읽고 또 읽고, 고치고 또 고쳤다. 천 번 이상이면 이상이지 그 이하는 절대 아니다. 자신 있 게 말할 수 있다. 그런 나를 옆에서 지켜보던 아내 가 한마디 하였다. “변비(便 )같은 시”라고. 예술적인시 「눈내리는날」, 라디오시평채택 그렇게 고생 끝에 완성한 시를 드디어 1986년 1 월 13일, 원고지에 곱게 적어 서울 여의도 우체국 사서함 65호, 「내 마음의 詩」 담당자에게 띄워 보냈 다. 그리고 다음 날부터 매일 밤 가족 모두가 시가 방송되기를 기대하며 라디오를 틀어놓고 기다렸다. 그러나 그 1월이 다가도록 내 시는 방송되지 않 았다. 2월이 들어서자 나는 포기상태로 접어들었 고, 가족들도 약간의 실망과 아쉬운 마음을 갖게 되 었다. 그런데 나의 일생일대의 행운이 곧 이 시와 함께 일어났다. “ 「눈 내리는 날」은 예술적인 감각에 의하여 쓴 詩 라고 하겠으며, 시에서는 반전을 으뜸으로 삼는데, 이 시는 반전에 성공을 거두고 있을 뿐만 아니라, 詩 는 언어 자체가 형상화 되어야 하는데, 이 시는 비교 적형상화가잘되었다고할수있습니다. 특히, ‘ 돌아 보면 순백의 꽃잎으로 다가서는 눈부신 발자욱 ’ 이라 고 한 표현은 재미있는 아름다운 세계를 발견하였다 고 봅니다. 이 詩는 짧으면서도 잘 다듬어진 詩라고 말할수있습니다. ” 그 날은 우리 가족이 모처럼 군산시내에서 필요 한 학용품, 의류 등을 사고 아울러 외식까지 하고서 늦은 밤 귀가를 한 날이었다. 그 즈음 시에 대해서 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고 일상으로 돌아와 있던 터 라 자연스레 쇼핑을 하고 저녁식사를 한 후 버스를 수상 61 그 순간 라디오에서 거짓말처럼 내 시가 흘러나왔다. 「내 마음의 시」 담당자가 예술적인 시와 일상생활에 관한 시를 구분해 설명하면서 “군산에서 ‘이보연’ 애청자가 보낸 시 「눈 내리는 날」은 예술적인 시에 속한다”는 시평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곧 시를 낭송하는 감미로운 여성 성우의 목소리도 들렸다. ‘‘ ’’
Made with FlippingBook
RkJQdWJsaXNoZXIy ODExNj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