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법무사 12월호

62 『 』 2012년 12월호 1986년 첫 원고료 수령 기념으로 산 4권의 시집과 수필집. 2009년 출간한 회갑 기념문집 『이보연의 문학과 인생』. 타고 아파트로 돌아왔는데, 아파트 현관문을 열고 방안으로 들어서던 큰 딸, 은경이가 곧장 라디오를 켜는 것이다. 그 순간 라디오에서 거짓말처럼 내 시가 흘러나왔 다. 「내 마음의 시」 담당자가 예술적인 시와 일상생 활에 관한 시를 구분해 설명하더니 “군산에서 ‘이보 연’ 애청자가 보낸 시 「눈 내리는 날」은 예술적인 시 에 속한다”는 시평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곧 시를 낭송하는 감미로운 여성 성우의 목소리도 들렸다. ‘시인의삶’ 열어준시 나는 그 순간을 영원히 잊을 수 없을 것이다. 그 리고 딸아이에 대한 고마움도. 나로서는 이미 포기 하고 있던 터라 라디오 켜는 것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고 있었는데 초등학교 2학년인 어린 딸 은경이가 어떻게 그때까지도 관심을 놓지 않고 아빠를 위해 라디오를 켰던 것인지…. 그 사실을 어찌 평생 잊을 수 있겠는가. 또, 라디오 방송이란 일회성으로 휘발되는 것인 데, 내가 보낸 시가 채택되어 방송이 되었다 하더라 도 내가 그 방송을 듣지 못했다면 어떤 시평을 받았 는지 어떻게 알겠으며, 그 기막히게 감미로운 시 낭 송을 듣는 감동은 또 어떻게 맛볼 수 있었겠는가. 오늘날 내가 시인으로 등단하여 정식 한국 문단 에서 문인으로 대우를 받으며, 시집을 두 번이나 출 판하게 된 것도 그날의 기적 같은 라디오 방송을 듣 게 된 행운에 기인한 것이다. 시가 채택된 행운, 그 채택된 시에 대한 낭송과 시평 방송을 놓치지 않고 듣게 된 행운, 이런 것이 바로 하느님의 지극한 은총과 축복이 아니고 무엇 이랴. 항상 건강과 행운이 충만하시길 기원한다고 할 때의 행운이란 바로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이 아닐지. 서울에서걸려온전화한통 나는 하느님의 가호 속에 군산에서 이런 행운과 은총을 입고, 1986년 3월 1일자로 서울로 발령 받아 군산에서의 생활을 마치고 서울로 올라오게 되었 다. ‘설상가상(雪上加霜)’이라는 말이 있다. ‘눈 위에 서리’라는 말인데, 이와 반대되는 말이 ‘금상첨화(錦 上添花)’라는 말이다. 군산에서 딸 은경으로 인하여 라디오를 듣게 된 수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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