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법무사 12월호

수상 63 행운이 있은 뒤 상당한 시일이 흐른 어느 날. 아직 서울로 떠나기 전 군산에서 나는 이 말을 실감할 수 있는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서울의 한 방송국이라 며 그 직원의 말인 즉, 내 시가 「내 마음의 시」에 채 택되어 5천 원의 원고료가 나왔는데 거기서 세금을 원천징수를 하고 보내야 하지만, 액수가 적어 세금 은 자기들이 부담하고 5천 원 그대로를 통상환 우편 으로 보내니 액수는 적지만 그렇게 알라는 것이었 다. 그리고 2월 20일 경에 정말로 5천 원의 통상환 이 아파트로 배달되었다. 비록 적은 돈이지만, 나로서는 글을 써서 받아보 는 내 문학 인생의 첫 원고료였다. 아! 행운은 이렇 게 금상첨화로 겹치는 것이구나! 겹경사라는 말은 이런 것을 두고 하는 말인가. 나는 당시 나의 경제학 관련 지식을 전부 동원하여 첫 원고료 5천 원의 가 치와 효용을 가장 크게 하는 방법을 연구해 보았다. 원고료5천원으로산詩集들, 가보로보관 경제학엔 소비자이론이 있고, 소비자이론에는 한계효용이론이라는 것이 있다. 즉 현명하고 합리 적인 경제주체로서 소비자는 총효용이 극대가 되도 록 일정량의 재화를 소비한다는 것이다. 20여 일간 날마다 밤마다 시어를 조탁할 때 옆에서 열심히 들 어주고 조언을 해 준 아내와 딸 은경이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모두에게 영원히 기념이 될 수 있는 방법을 생각 하고 또 생각한 끝에 결국 책을 사기로 결정했다. 가능한 여러 권의 책을 사기로 하고, 책은 시집으 로 사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서점에서 가장 가치 가 크면서도 가장 적은 액수의 돈으로 살 수 있는 책은 당시 ‘삼중당’ 출판사에서 출판된 작은 문고들 이었다. 그래서 박목월, 조지훈, 박두진 3인의 시집 인 『청록집』과 서정주의 시집 『국화옆에서』, 소월 김 정식의 시집 『진달래꽃』, 그리고 시조시인 가람 이 병기의 문집인 『가람문선』, 이렇게 4권의 시집을 각 700원씩 2,800원을 주고 사고, 샘터사에서 출판된 김재은 교수의 가정교육에 관한 편지글 모음집인 『좋은 엄마 좋은 아이』도 2,400원에 샀다. 그리하여 1986년 2월 20일에 모두 5권의 책을 기념으로 사서 책 안에 “시 「눈 내리는 날」이 방송된 기념으로 받은 원고료로 산 책이다”라는 사실을 표 시해 두고 지금까지 가보로 보관해 오고 있다. 누가 과연 그 5천 원을 작은 돈이라고 무시하겠 는가. 돈이란 소비자가 경제학적으로 어떻게 사용 하느냐에 따라서 그 가치와 효용이 크게 달라지는 것이다. 군산에서의추억과행운 「눈 내리는 날」이란 詩 한 편을 발표하는 것으로 군산에서의 생활은 유종의 미(有終의 美)를 거둔 셈 이 되었다. 나는 그 뒤 1996년 강릉에서 시인으로 등단하고 1997년, 2000년 두 번에 걸쳐 시집을 출 간했다. 그리고 두 번 다 고향 광양에서 출판기념회 를 가졌다. 2009년 회갑을 맞이해서는 『이보연의 문학과 인 생』이란 문집을 출판했고, 역시 고향에서 출판기념 회를 가졌다. 이 모든 행운의 시작이 된 「눈 내리는 날」과 군산 에서의 추억은 영원히 나의 기억 속에서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이 자리를 빌어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나와 인연이 있었던 모든 사람들에게 진심으로 감 사를 드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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