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법무사 3월호
수상 정치인과유머 ‘정치인’ 하면 삿대질하고 멱살 잡고 발길질하고 욕 설하고, 하다못해 공중부양까지 하는 저질스런 모습 부터 떠올리게 된다. 지난해 대통령선거 후보자 토론 방송 때는 지지율 1% 내외의 후보가 50% 전후 후보 에게 “떨어뜨리기 위해 나왔습니다. 반드시 떨어뜨리 겠습니다”라고 살벌하게 독설하는 모습을 보며 입맛 이 씁쓸해진 사람이 나 하나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러나 정치인이라고 모두 이런 독설가만 있는 것 은 아닐 것이다. 지난 1971년 남북적십자회담 당시 “전국에 있는 자동차를 모아 오느라고 수고 많이 했 습네다”라고 북측 대표가 비아냥거리자, 남측 대표였 던 최두선 총재가 “자동차야 제 발로 오니까 힘들지 않았는데 저 많은 빌딩을 모아 오느라고 참 힘들었습 니다”하며 유머러스하면서도 정곡을 찌르는 대답에 가슴이 후련했던 기억이 있다. 이런 유머에 관한 일화는 외국의 정치인들에게 많 다. 청년 변호사 링컨이 하원의원에 출마했을 때의 이야기다. 한 연설회에서 상대후보가 “링컨은 신앙심 이 별로 없다”고 비난하며 청중을 향해 “천국 가고 싶 은 사람들은 손을 들라”고 소리치면서 손을 들지 않 은 링컨에게 “당신은 지옥에 가고 싶으시오?”라고 다 그쳤다. 그러자 링컨은 “아니요. 나는 지옥이나 천국 에 가기보다 국회로 가고 싶소”라고 말해 청중의 폭 소를 자아냈다. 곧 이어 연단에 선 링컨은 피뢰침까지 설치된 호화 저택에 사는 상대후보를 가리키며 “나는 벼락이 무서 울 만큼 많은 죄를 짓지 않았습니다”라고 말해 상대 를 유머러스하게 공격했고, 결과 하원의원에 당선되 었다. 영국 수상을 2번이나 지낸 처칠 역시 유머의 대가 다. 처칠은 자신을 ‘시거를 물고 있는 불독’으로 묘사 한 한 신문의 만평을 보면서 “기가 막히게 잘 그렸군. 벽에 걸린 초상화를 떼내고 이 그림을 붙이게”라고 말해 격분한 비서들을 달랬다고 한다. 이런 처질의 유머에 관한 일화가 많은데, 2차대전 당시 루즈벨트 대통령을 만나러 미국에 갔을 때, 목 욕을 마친 뒤 수건으로 몸을 가린 상태에서 갑자기 나타난 루즈벨트와 악수를 하느라 수건이 바닥으로 떨어지자 “영국은 미국과 미국 대통령에게 감추는 것 이 전혀 없습니다”라고 재치있게 응수, 당황스런 상 황을 피해갔다고 하고, 하원의원 후보 때는 한 후보 토론회에 지각을 해 상대후보가 게으르다고 맹비난 을 하자 천연덕스럽게 “나처럼 예쁜 마누라와 살면 일찍 일어나기가 힘들 겁니다”라고 답해 청중을 웃음 바다에 빠뜨렸다고 한다. 총리시절에도 대기업 국유화를 놓고 국회에서 설 전을 벌이던 중 화장실에 갔는데, 마침 먼저 와있던 노동당수 애틀 리가 “여기를 쓰십시오” 하고 자신의 옆 변기를 권하자 “천만에. 당신은 큰 것만 보면 국유 화 하자고 하는데 내 것을 보고 국유화 하자고 하면 큰 일 아니요?”하고 응수해 애틀 리가 웃다가 바지에 오줌을 흘렸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빠른 경쟁사회에서 각박할 수밖에 없는 세상이라 하더라도, 이런 정치인의 유머에 관한 일화를 생각하 면서 우리도 숨 한 번 크게 쉬고 웃으며 살아가면 어 떨까? 『 』 2013년 2월호 72 한 응 락 ■ 법무사(인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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