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법무사 4월호
70 『 』 2013년 4월호 슬픈 사랑의 변주 - 신경숙의 장편소설 「깊은 슬픔」 세 남녀, 엇갈린 사랑의 트라이앵글 어느 시인의 시구처럼 슬픔도 때로는 힘이 되는가 보다. 신경숙의 「깊은 슬픔」은 이러한 슬픔의 세 몫이 정삼각형을 이루며 팽팽한 긴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슬어지와 서울이란 공간을 둘러싸고 은서의 몫은 밑 변, 완과 세의 슬픔은 옆변으로 하여 마치 탄금되기 직 전의 가야금의 현처럼 미세하게 떨리고 있다. 그들의 사랑은 그윽하고 한 장의 나뭇잎이 떨군 호 수의 물결처럼 잔잔하지만 어딘지 불안하다. 은서의 완에 대한 사랑은 끝이 없지만 완의 마음은 은서와 이 슬어지로부터 멀어지고 있다. 은서에 대한 세의 사랑 은 상처받은 아픔을 묵묵히 견디며 지란(芝蘭)을 키우 듯 조심스럽고 갸륵하기까지 하다. 그러나 은서는 세에게서 받은 난(蘭)을 완에게 주고, 세가 사주는 비닐우산도 쓰레기통에 버리고 장미는 바 닥에 떨어뜨려 버린다. 은서로부터 버림받은 세의 슬 픔은 세의 내면 깊숙한 곳에 자리 잡아 훗날 독버섯으 로 자라게 된다. 나는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제17번 D단조 ‘템페스 트’를 들으며 이 글을 쓴다. 은서의 쓸쓸한 내면 풍경 을 헤아려 보고 싶어서다. 완과 세, 동생 이수, 이웃집 여자 화연, 이슬어지의 어머니. 이들은 은서의 내면 풍 경을 이루고 있는 나무들이거나 강물이거나 꽃잎들 이다. 이들은 때로는 감미로운 선율을 연주하다가 때 로는 불협화음으로 변주된다. 봄이 왔는가 하면 금세 봄꽃이 지고 사랑하는 사람이 떠난다. 여름이 가고, 단 풍이 빨갛게 물들면서 사랑의 아픔도 아물고 겨울이 온다. 정삼각형의 밑변이 불협화음으로 변주되는 첫 번째 사건은 완의 결혼이다. 은서의 조용한 기다림에 균열 이 오고, 완이 떠난 자리에 커다란 공동(空洞)이 생긴 다. 돌연한 화연의 죽음으로 폭풍이 몰아치고 아픈 상 흔 위에 세의 사랑이 자리 잡는다. 결국 은서는 세와 결혼한다. 은서의 사랑이 세에게로 향하자 그러나 세는 우리 의 기대를 저버리고 가슴 아리게도 은서로부터 벗어 나 삐걱거리기 시작한다. 처음부터 예고된 불안한 징 후가 은서에게 소나기처럼 퍼붓고 있다. 은서는 부메 랑이 되어 되돌아오는 화살을 묵묵히 받아내지만 세의 학대는 가일층 심해진다. 이유를 알 수 없는 두통과 거 식증, 눈빛 둘 곳 없어 허공을 헤매는 시선은 은서에게 나타난 불안한 정서의 증후군이다. 두 번째 변주의 첫 소절도 완으로부터 시작된다. 완 의 결혼식장에서 은서는 완과 해후하지만 세는 그들의 해후를 질투어린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세는 가속 도를 더해 망가져 가고 그에 따라 은서의 정서도 참담 할 정도로 파괴된다. 완은 때늦게 자신이 은서를 정말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지만 이미 은서의 마음이 임 익 문 ■ 법무사(전라북도회) 법무사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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