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법무사 5월호

68 『 』 2013년 5월호 ‘ 소외 ( 疏外 ) ’ 에서 ‘ 존재 ( 存在 ) ’ 에로 -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콘트라베이스」 인간의 목소리를 닮았 지만, 소외된 악기 헤겔이 ‘ 소외 ’ 라 는 용어를 사용한 이 래 현대 산업사회 로 접어들 면서 소외라는 말 은 마르크 스를 거쳐 에리히 프롬에 와서 대중적인 유행어가 되 었다. 작금에 와서는 ‘소외’라는 단어를 너무 많이 사용해 서 우리 또한 소외로부터 소외당하지 않을까 하는 의 구심마저 자아낼 정도다. 그러나 흔히 유행어가 그렇 듯이 그 본질과 구조, 그리고 그 극복의 문제에 이르러 서는 철학적인 용어조차도 너무나 표피적이고 말초적 인 경향으로 변질되기 쉽다. 에리히 프롬에 의하면 소외란 ‘인간이 그 자신을 이 질적인 존재로서 경험하는 경험의 한 유형을 의미한 다’고 한다. 즉, 그 자신이 스스로를 세계의 중심으로, 행위의 창조자로 경험하지 못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콘트라베이스」를 읽으며 나 는 제일 먼저 소외라는 단어를 떠올렸다. 쥐스킨트의 또 다른 소설 「좀머씨 이야기」를 읽으면서도 역시 소외 라는 단어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매스컴의 끈질긴 추적을 받으면서도 결코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은둔자로 살아가는 쥐스킨트는 사랑과 죽음 앞에서 영원히 도망치는 또 다른 좀머씨이자, 오 늘도 한가한 소도시에서 오케스트라 콘트라베이스 주 자로서 오직 한 길을 걷고 있는 고독한 예술가의 투영 이 아닐까. 콘트라베이스는 오케스트라를 구성하고 있는 현악 기 중 가장 저음을 내는 악기로, 사람의 목소리에 가장 가까운 음을 낸다. 오케스트라에서 없어서는 안 될 중 요한 악기이면서도 바이올린이나 첼로처럼 청중의 주 목을 받지는 못한다. 외모로 보자면 덩치만 컸지 가장 못생기고 거칠고 투박하다. 덩치에 비해 습도와 온도에 매우 민감해서 항상 일정한 온도와 습도를 유지해 줘야만 제 음을 낼 수가 있다. 몸통이 크기 때문에 옮기는 데도 불편하고 보관하기도 마땅치 않다. 게다가 연주하기도 여간 까 다로운 게 아니다. 연주자의 손가락 지문이 뭉그러져 없어지는 것은 다반사고, 손은 마치 대장장이의 그것 처럼 뭉툭해진다. 작곡가들도 바이올린 협주곡이나 피아노 협주곡, 오 페라, 교향곡 등은 수없이 작곡하면서도 콘트라베이스 를 위해서는 좀처럼 시간을 내주지 않는다. 물론 이 악 기에 대한 무지로부터 애정이 솟아날 리는 만무하지만 말이다. 이렇듯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묵묵히 제 갈 길을 가 고 있고, 중요한 역할을 하면서도 세간의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는 콘트라베이스 주자에게 엄습하는 것은 자 기 자신의 존재가치에 대한 회의와 그로 인한 절망감 일 것이다. 임 익 문 ■ 법무사(전라북도회) 법무사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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