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법무사 5월호
수상 불광천산책 강 채 원 ■ 법무사(서울서부회) 74 『 』 2013년 5월호 벚꽃흐드러진불광천, 오리떼의유영 6년 전 집행관을 끝내고 은평구 신사동으로 이사 온 뒤 불광천을 즐겨 찾는다. 법무사 사무실도 응암 오거리에 있어 매일 불광천 신흥교를 건너 7, 8분을 걸어 출퇴근을 한다. 그래서 불광천은 나의 일상이자 건강을 지켜주는 체력 단련장이다. 불광천의 발원지는 물 맑기로 소문난 북한산 비봉 이다. 은평구, 서대문구, 마포구를 보듬고 흐르다 하 류에서는 녹번천과 홍제천의 물과 만나 성산대교 북 단에서 한강으로 합류한다. 불광천의 물은 북한산 계 곡물과 지하철 6호선 역사에서 발생하는 지하수가 합 쳐져 맑은 물길을 이루고 있다. 자연하천처럼 구불구 불하고 곳곳에 여울과 소(沼)가 조성되어 있는데, 물 고기가 알을 낳고 깃들어 살 수 있도록 곳곳에 어초 를 심고 콘크리트 어항도 만들어 놓았다. 이런 인접 지자체들의 노력으로 2001년 5급수였 던 수질이 2011년에 2급수로 맑아졌다. 맑다고 자랑 하는 양재천이 3급수인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변화 다. 2~3급수는 정수 처리를 하면 당장 마실 수 있다 고 한다. 덕분에 버들치, 붕어, 잉어, 피라미, 미꾸라 지가 불광천을 찾아왔다. 물 흐름이 잠깐 멈춘 곳에 새까만 우렁이들이 꼬물꼬물 거린다. 물고기 떼는 이 리저리 헤엄치며 한낮의 여유를 즐긴다. 천변에는 억새, 수숫대, 강아지풀이 군락을 이루 고, 새들도 한가로이 먹이를 찾고 있다. 햇살에 반짝 반짝 부서지는 개천 바닥의 모래알을 하나하나 셀 수 있을 것도 같다. 징검다리를 만난 물은 여울져 와글 와글 소리를 내며 흐른다. 불광천에 화사한 벚꽃이 흐드러지게 필 때면 수변 생태의 자연스러움에 반해 집에 있을 수가 없다. 응 암동에서 상암동 월드컵구장까지 4.5km 길이의 벚 꽃 산책로가 양편으로 시원하게 뚫리면서 예전에는 코를 막고 지나치던 동네 사람들이 이제는 자전거를 타고 워킹화를 신고 물가로 내려온다. 이 길을 통해 쇼핑과 영화구경을 가거나 월드컵공원과 평화공원으 로 사돈 부부를 불러내 손자손녀 손잡고 나들이를 가 기도 한다. 물가의 봄은 철새가 떠나고 계절을 잊은 채 눌러앉 은 어미 오리들이 새끼치기를 하여 대여섯 마리, 많 게는 열 마리까지 물 위로 줄을 세워 종종 헤엄쳐 오 는 모습이 너무 귀엽고 경이롭다. 가끔 손자 손녀가 오는 날이면 죠리퐁 과자를 사 들고 찾았다가 어미의 보호를 받으며 먹이를 찾는 새끼오리들에 홀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있을 때도 있다. 초여름으로 접어들면 억새와 갈대가 푸른 옷으로 갈아입고, 온갖 풀벌레가 생명력을 키운다. 이때쯤 뱁 새들이 등지를 틀고 번식기에 접어든다. 산책하는 길 손에 놀라 찌르륵, 호르르륵, 찍~ 하며 울부짖음이 잦아지고 마치 초병들처럼 예서제서 지저귀는 소리가 나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이때 장난기가 발동해 갈대 숲을 헤집고 침범하면 성질 급한 녀석이 미처 피하지 못하고 갈대 잎 사이에 낀 채 숨을 헐떡이며 간신히 탈출하는데, 이 모습을 보면 미안함으로 멋쩍어진다. 여름 장마철이면 둑이 넘칠 정도로 물길이 순식간 에 몰려들어 온갖 쓰레기를 안고 구FMS다. 새까만 흙탕물이 대청소를 하듯 며칠을 싹 쓸고 지난 뒤 하 천이 평온을 찾기까지는 한참이 걸린다. 인간들이 버
Made with FlippingBook
RkJQdWJsaXNoZXIy ODExNj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