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법무사 6월호

권두언 법무사, 정의와유혹사이에서 ‘평정심’ 필요해 철학자 니체는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에서 악마를 통해 “신에게도 그의 지옥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그의 인간에 대한 사랑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신과 악마는 원수형제이며, 무서운 짝패이다. 신 과 악마는 서로가 서로를 잡아먹지 못해서 안달이지만, 그러나 막상 그들의 존재 근거를 박탈하고자 하는 무신론자들을 향해서는 다 같이 한패가 되어 버린다.”라고 갈파한다. 이처럼 니체는 인간을 죽기까지 사랑하는 신의 약점을 악마의 입을 통해 표현하고 있다. 악마를 징계하 고, 지옥으로 쫓아 보내는 역할을 수행하는 신에게도 그 자신만의 지옥이 있다는 이 아이러니는 우리 인간 세상에서 더할 나위 없는 진실이다. 억울한 자, 약한 자를 돌볼 의무를 부과받은 신은 그 영역을 벗어날 수 없기에 스스로 사랑을 위해 죽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인간에 대한 사랑의 굴레가 신에게 있어 지옥일 수밖에 없다는 발상은 참으로 역설적이지만, 그렇기에 울림 또한 크다. 우리의 삶도 또한 마찬가지이다. 언제나 선과 악의 갈림길에서 어느 한 쪽을 선택해야 한 다. 법무사의 길도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수많은 법적인 문제를 안고 골치 아파하거나 행복해하며 찾아오 는 의뢰인들은 어찌 보면 천사이거나 악마 중 하나일 가능성이 크다. 법은 정의를 실현하는 강제수단이고 유일한 진실이지만, 그 법을 취급하는 법무사에게 정의는 가변적일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다. 의뢰인의 정의가 가장 진실한 정의라고 믿어야 하기 때문이다. 권리자나 피해자 가 의뢰해 오면 그의 편에서 정의가 작동한다. 반대로 채무자나 가해자의 의뢰 앞에서는 그의 편에서 반대 적 정의가 작동할 수밖에 없다. 까닭에 법무사는 출근과 동시에 자신의 영혼을 금고에 빼놓았다가 퇴근 시 찾아가야 하는지도 모른다. 그러다 보니 업무 스트레스가 많은 직역이기도 하다. 이처럼 정의의 기준이 의뢰인에 따라 서로 다르다 보니 의뢰받은 사건에 깊이 함몰되게 되면 스스로 악 마가 되고픈 충동에 사로잡히기도 하고, 아니면 천사가 되어 진정한 정의를 실현하고자 하는 의지에 불타 는 경우도 있게 될 것이다. 그렇지만 어떠한 경우에도 법 집행자로서 평정심을 잃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의 뢰인이 사무실을 찾아와 행복한 사람이 되어 돌아갈 수 있도록 진실과 성의를 다해야 할 것이다. 특히 의뢰 인의 재산이나 신분에 관련된 수많은 법적 분쟁을 해결하는 데 일조해야 하는 법무사로서는 그러한 진실에 의 접근은 정의 실현의 강한 의지가 있어야만 가능하다고 하겠다. 4 『 』 2013년 6월호 신의지옥, 의뢰인의천국 오 시 영 ■ 숭실대학교 법대 교수

RkJQdWJsaXNoZXIy ODExNj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