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법무사 6월호
68 『 』 2013년 6월호 바라보다바라보다검게타버린 ‘흑산’으로 유배 간 정약전과 황사영의 삶 다뤄 소설 「흑산」은 소설가 김훈 의 작품이다. 김훈은 대체로 우 리나라의 역사에서 소설의 소 재를 빌려왔다. 그가 쓴 책은 많지만 내가 읽은 것만 열거하자면 소설로는 「칼의 노래」, 「남한산성」, 「흑산」 그리고 산문집으로는 「풍경과 상처」, 「자전거 여행」이 있다. 그 외에 아직 읽지 않은 김훈의 소설로는 「빗살 무늬 토기의 추억」, 「현의 노래」, 「개」, 「공무도하」, 「내 젊은 날의 숲」 등이 있고, 산문집으로는 「밥벌이의 지 겨움」이 있다. 김훈의 문체는 독특하다. 간결하면서 매우 현학적이 고 사물의 핵심을 찌르지만 그렇다고 직접적으로 사물 을 묘사하지는 않는다. 이 것 저 것 건드려 보다가 어 떤 때는 무슨 말을 하는지 놓치는 경우도 있다. 그래 서 독자를 항상 긴장하게 만든다. 소설은 그래도 괜찮 은 편이다. 그의 산문을 읽을라치면 그의 현학에 놀라 고 비틀어짐에 머리가 아프다. 특히 풍경과 상처는 마 치 추상화를 보는 듯하다. 소설 「흑산」은 ‘황사영 백서사건’으로 체포되어 처 형된 황사영과 신유박해로 흑산도에 유배 간 정약전의 삶을 마치 이중주를 연주하듯이 잔잔하게 펼쳐 보인 다. ‘황사영 백서’는 황사영이 길이 62cm, 너비 38cm 의 흰 비단에 13,311자를 먹으로 쓴 편지로, 황사영은 1801년 이 편지를 중국 베이징에 주재하는 구베아 주 교에게 보내려다 발각되어 처형된다. 이 사건을 '황사 영 백서사건'이라 한다. '황사영 백서'의 주 내용은 신유박해의 내력을 써 내 려가면서 천주교가 신유박해로 이 땅에서 멸망될 위기 에 처해 있으므로 재원을 지원해 줄 것과 이 땅에서 신 앙의 자유를 획득할 수 있도록 교황이 중국에 대해서 압력을 행사해 줄 것, 서양국가의 무력지원을 요청하 는 것 등이다. 황사영은 정약전의 형인 정약현의 사위로서 정약전 의 동생인 정약종에게서 교리를 배워 천주교에 입교하 였으며, 세례명은 ‘알렉산드르’다. 소설 「흑산」의 또 한 명의 주인공인 정약전의 조카사위인 것이다. 소설 「흑 산」에서 김훈은 황사영을 다음과 같이 묘사하고 있다. “진사라고 불린 소년은 열여섯 나이로 급제한 황사 영이었다. 붉은 뺨에 엷은 웃음기가 떠올라 있었다. 웃 음기는 몸 속 깊은 곳에서 피어오르는 기쁨과 자랑인 듯싶었다. 공손하면서도 두려움 없는 얼굴이었다. 한 번도 억눌리거나 비틀린 적이 없는, 타고난 모습 그대 로였다. 눈이 맑고, 입술이 단정했다. 소년과 시선이 마 주치는 순간, 임금은 번개를 맞듯이 놀랐다.” 진사시험에 급제한 황사영은 정조 임금을 알현한다. 그 자리에서 정조는 어린 황사영의 손을 잡아주었다. 부드럽고 따스한 손이다. 황사영은 임금이 잡아준 오른 손을 붉은 비단으로 감싸안고 다녔다. 언젠가 임금의 법무사의 서재 - 김훈의 소설 「흑산(黑山)」 임 익 문 ■ 법무사(전라북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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