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법무사 6월호

수상 봄, 여름, 가을, 그리고겨울 이 원 우 ■ 법무사 (대구경북회) 첫 봄에 잠깐 피었던 꽃잎이 질라치면 하얀 이팝꽃 부채살이 떨어진 그 나무 그늘 아래 땀 씻어주던 여름 의 그림자가 두 손 잡고 아쉬운 작별을 하고. 가을 어 느 날 그 여인과 여울 가에 마주앉아 연분홍 단풍잎 두 잎 띄우며 해맑게 웃음 짓던 그 자리에 반갑지 않 는 겨울 나그네의 가파른 숨결이 스치고 간 얼마 후 언제 살을 에는 그런 계절이 있었냐는 듯이 다시 잎이 트고. 꽃피는 계절이 오면 새들도 둥지 틀어 알을 낳고 녹음 짙은 한 여름날에 쉼 없이 마음 놓고 춤추며 노 래 불렀는데, 어느덧 만산홍엽에 낙엽 지는 가을소리 를 귀담아 듣던 불청객 동장군이 슬며시 계절의 여신 처럼 헐벗은 나목에 깃털을 접고 앉아 사자후처럼 휘 이이익~ 혹한의 칼바람을 불어온다. 겨울바람에 흔 들릴 둥지마다 기나긴 풍찬노숙의 아픈 삶을 애잔한 몸짓으로 노래하는 새들마냥 내 인생 70여 년 어찌 따뜻하고 좋은 봄날만 있었겠나? 꼬리 문 연처럼 희노애락에 스쳐간 그 수많던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에 여울진 강물 따라 때로는 환희의 기쁜 순간도, 기적같이 왔다가 행복같이 가버 린 나날도, 혈육을 잃어버린 뼈아픈 고뇌에 찬 절망의 순간들이 머리카락처럼 얽히고 설킨 내 삶도 역시 그 들의 삶과 무엇이 다르리요. 어제가 오늘 같고 내일이 오늘 같은 질곡의 사계절 이 온다 해도, 그래도 이 세월에 한 가닥의 꿈과 희망 을 가슴에 품고 격랑의 세월 속 일엽편주에 몸을 싣고 뜻 모를 새들의 노래를 읊조리며 그들과 더불어 닥쳐 올 나의 사계절인 젊음처럼 꽃피고 새 울던 봄. 그늘진 서늘한 여름. 사랑의 덫에 걸려 모닥불 피 워 놓고 꿈을 꾸면서 사랑하고 울기도 했던 청순하던 그 여인에 대한 추억어린 가을. 찬 서리 봄 안개처럼 내리는 겨울에 다람쥐 쳇바퀴 돌듯 돌고 흐르며, 먼 훗날 소명의 순간까지 공수래(空手來)로 왔다가 만수 유(滿壽有)하고 공수거(空手去)로 떠날 유한(有限)한 내 삶도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요, 일장춘몽(一場 春夢)의 한바탕 봄꿈이어라. 헛된 영화나 덧없는 욕 심, 이제 다 버리고 무욕(無慾)으로 돌아가 겸허하고 겸손한 몸가짐으로 착선하며 걸어온 발자취의 업보를 참선하는 마음으로 살아가 보리라. “생(生)은일편(一片)부운기(浮雲起)요, 사(死)는 일편(一片)부운멸(浮雲滅)이라.” 삶(人生)은한조각의구름이일어나는(생기는)것이요, 죽음은일어났던한조각의구름이없어지는(사라지는) 것이라. “작야(昨夜)동지숙(同枝宿)하고.천명(天明)각자 비(各者飛)한데 인생(人生) 여여차(如與此)한데 하필(何必) 누점 의(淚霑衣)라.” 어제밤한가지에서잠을자고날이밝으면각자어디로날아 가는데우리인생도이와같을진데굳이옷(소매)에눈물을 흘릴(적실)필요가있겠느냐. 74 『 』 2013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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