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법무사 7월호

여기 인생 고지 75에 울라서서 저 곳을 바라보니 안개만자욱함이어라. ‘어서 가자고 외치던 김정구’도 보이지 않고… 이 곳이 저 곳인가, 저 곳이 이 곳인가 늪인지 숲인지 셈하지 않고 달려 온저곳, 바로 이 곳이 아니련가! 인생고지 75인 것을. 그 외침의 메아리가사그라지기도 전 이 땅에 군화 발소리와 탱크의 캐터필러 소리가 요란하였으니 5.16 혁명! 가짜손목시계 진짜로속여 일금오천 원에 처분 그돈으로구청에가서 “나라 위해 병정 되길 소원합니다” 그리하여 논산 병영 첫날 밤 “마루 밑에 쥐 들어갔다. 빨리 들어가 잡아 와. 짜식들아.“ 군화발로 엉덩이 차이기 시작부터 오직 나라 위한다고 외치며 이(louse), 빈대 및 벼룩 등과 싸우면서 동거하기 33개월. 흰 저고리 검정치마 여인이 살았을 강원도 금화 옛 마을 터에 사상계 펴들고 의젓하게 의자에 앉아 그 모습 사진을 박아 얼굴 모르는 여 인 향하여 나 이런 사람이오, 군사우편으로 보내곤 기다리며, 그리워하며 살았지. 우리는 지난 날에 아무 일도 하지 않은 허무로 매김하지 않았나, 하는 우리 세대의 적막감이여! 자식들 교육이 우선이라, 하여 새끼줄에 19공탄 한개 꿰어, 쌀보리 한되씩 사들고 봉천동 산꼭대기 전셋방 오르면서 홀린 땀, 그리고 눈물 어찌 셈할까. 우리끼리 만나 소주잔 오가며 메마른 입술로 흘리는 소리 “그래도 우리 세대 할 일은 다한 것 같네.” 세월 낚기를 즐겨한다는 어느 시인은 “여보. 우리 세대를 나무라지 말아요. 세월 흐름도 모 른 채 살기에 바빠서 환갑 진갑 다 지났지만 부모님 편안히 저 세상에 모시고 자식들 제살도록 하여 준 우리가아닌가요. 아직 포기하지 말아요. 우리에겐 아직도 남아 있어 요. 럭키 세븐이라는숫자가.” "어서 어서, 어서 가자, 어서 가, 젊은피가출렁대는…" “그 곳이 어딥니까. 어르신들 신나게 잔치하는 황혼 길 주막집인가요, 그만 입 다물고 조용히 살면서, 살 다가 그대로 가세요.” 하며 힘없이 영등포역 지하도 로 내려가는 청년 뒷모습. (내가 너무 오래 살았나?!) 가슴 답답해, 아이구 허리야, 다리야 하며 럭키 세븐, 7순 잔치도 잊은 채 여기 인생 고지 75에 올라서서 저 곳을바라보니 안개만자욱함이어라. ‘어서 가자고 외치던 김정구’도 보이지 않고… 이 곳이 저 곳인가, 저 곳이 이 곳인가 늪인지 숲인지 셈하지 않고 달려 온 저 곳, 바로이 곳이 아니련가! 인생 고지 75인 것을. • 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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