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법무사 8월호

71 l I 교복과 군사훈련 수업과 삭발과 그리고 감정의 교살 드카를 마신 후 자신의 토사물에 기도가 막혀 숨졌 을 강제했다. 야만적인 권위주의 지배의 시대였다. 다는소식을전해 듣고큰충격을받았던 기억이 생 감정의 꿈틀거림을 옥죄고 구박해야 했던 들끓는 청 생하다. 어쨌든 나는 금지된 사탄(?)의 음악을 들으 춘에게 강력한 비트가 폭주하는 서양 록과 헤비메탈 며 막힌 벽처럼 완고한 시대를 향해 소극적으로나마 금지곡들은 분노, 자유, 해방, 저항 등 억압되어온 저항하며 숨통을 퇴웠던 것이다. 감정에게 해방구를 제공해 주었다. 매주 토요일 나는 ‘대구음악사’로 갔다. 그 레코 드 가게에는 1층엔 정품 음반이 그럴 듯하게 놓여 떠'tt '성청,t'aI 며? mEI있었으나 2층 다락방엔 불법 빽판이 은밀히 진열되 어 있었는데 2층으로 가기 위해서는 사다리를 기 영화 「비트」의 대사 한 구절. "네가 있으면 나는 어올라야만 했다. 말 그대로 ‘천국으로 가는 계단 불안해지지만, 네가 없으면 나는 황폐해진다.” 사글 (Stairway to Heaven)’이었던 셈이다. 셋방에서 음악을 들을 때면 불안했다. 소음에 유난 일어서면 천장에 머리가 닿는 그 다락방엔 먼지 히 민감했던 주인집 때문이다. 볼륨을 올릴라치면 가득 쌓인 수많은 빽판들이 라면박스 안에서 잠자고 어김없이 벽을 뚫고 날아드는 소리 ‘‘시끄럽다! 꺼!" 있었는데, 낮은 포복 자세로 그것들을 하나씩 들추 내 전축에는 헤드폰 연결 구멍이 없었다. 그래서 음 다 찾고 있던 음반을 마침내 발견한 때의 열락이란 악 듣기는 무시로 닥치는 위협과 횡포 앞에서 축구 형용불가였다. 장 안에 놓인 유리잔마냥 아슬아슬했다. 7, 80년대 라이센스 음반들은 검 열을 통과한 극 죽음이 행복과 사랑을 앗아가기 전에 내가 행복 히 한정된 레퍼토리에 더군다나 비쌌다. 반면, 미군 과 사랑을 데리고 죽음으로 가겠다는 결연하고도 처 부대에서 유출된 원반들을 불법복제한 빽판은 음질 연한 연인처럼, 행복의 절정에서 강물로 뛰어들듯 은 형편 없었으나 싼 가격에 금지곡의 제한 없이 다 간절하게 음악을 들었다. 물론 주인집은 가혹하게 양한 라이브러리를 제공해 주었다. 옹정했다. “당장 방 빼!” 핍박이 심하면 심할수록 음 블랙 사바스(Black Sabbath), 딥 퍼플(Deep 악에의 몰입강도는 높아져 갔다. 앨범에 수록된 곡 Purple), 에이씨 디씨(AC/DC), 레드 제플린(Led 의 곡명과 순서는 물론이고, 전곡의 멜로디와 가사 Zeppeli n), 에어로스미스(Aerosmith), 더 후 까지 모조리 외워버렸다. 사랑은 곧 그 대상에 대한 (The Who), 퀸(Queen), 지미 헨드릭스(Jimmy 간절함에다름아니다. Hendrix), 주다스 프리스트(Judas Priest), 핑크 ‘삶이란 고통일 수 있다’라는 통찰을 얻게 된 시기 플로이드(Pink Floyd), 롤링 스톤스(The Rolling 에 삶을 놓지 않으려는 필사의 몸부림으로 음악듣기 Stones), 반 헤 일런(Van Halen), 러 쉬 (Rush), 앨 리 를 시작했던 것 같다.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할 때 비 스 쿠퍼 (Alice Cooper) 등 당시를 주름 잡던 록밴드 로소 우리는 죽지 못하는 이유를 어떻게든 찾게 된 들의 음반이 그것들이다. 다. 아니, 찾아야만한댜 특히 내가 좋아했던 밴드는 ‘레드 제플린’이었는 30여 년 전 어느토요일 오후‘대구음악사’로향하 데 드러머 존 본햄(John Bonham)의 천둥소리 같은 는 남루한 소년의 얼굴엔 생기가 선명했을 듯하다. 파워풀한 연주는 훗날 내가 드럼을 배우게 된 동기 사랑하는 그 무엇이 있으면 우린 살아낼 수 있는 것 가 됐다. 술을 워낙 좋아했던 존 본햄이 40잔의 보 이다. 음악이 내겐 그 무엇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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