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법무사 9월호

64 『 』 2013년 9월호 ‘일본인 언어학자’가 추 적한 한글 탄생의 비밀 책의 제목이 ‘한글의 탄 생’인데 글쓴이는 일본인 ‘노 마 히데키’다. 무언가 이상 하지 않은가. 나는 안개눈썹 을 비비며 자발없이 책장을 넘겨댔다. 그러자 바다 위 에 낀 짙은 안개가 해풍에 조금씩 걷히듯 희미한 그림 자처럼 어른거렸던 ‘나랏말 미’가 또렷하게 형체를 드 러냈다. 이 책의 저자 노마 히데끼는 조금 특이한 이력을 가 졌다. 그가 『한글의 탄생』이라는 책을 탄생시킨 과정에 대해서는 조금 설명이 필요하다. 그는 도쿄교육대학교 예술학과를 다니다가 중퇴하고 미술작가의 길을 걸었 다. 현대미술계에서 개인전을 여덟 번이나 열 정도로 뜨거운 햇발을 받으며 열성적으로 활동한다. 1979년 그는 도쿄와 서울에서 개최된 젊은 미술가 들의 「7인의 작가 : 한국과 일본」이라는 전람회에 참가 한다. 한국 땅에 첫발을 내디딘 그는 한국어와 한글에 매력을 느껴 독학으로 공부를 시작했고, 1983년 나이 서른에 대학에 입학하여 본격적으로 한국어를 연구한 다. 이후 한국어학 탐구에 정열적으로 매진하여 당시 언어학의 거성인 고노 로쿠로 - 간노 히로오미의 학통 을 잇는 언어학과 한국어학에 정통한 학자가 된다. 2010년 『한글의 탄생』으로 마이니치 신문사와 아 시아 조사회가 주최하는 아시아태평양상 대상을 수상 한다. 이것이야말로 ‘환골탈태(換骨奪胎)’라는 말로는 뭔가 부족하다. 그의 말을 빌리자면 “비약적인 知의 변 혁”이라고 해야 할까, 혁명이라고 해야 할까. 이 책은 언어학자이자 한국어학자의 시점에서 한글 의 탄생과 역사, 구조와 원리, 더 나아가서는 한글이 지 닌 훌륭함과 보편으로 나아가는 훈민정음의 기적에 대 하여 유려한 문체로 논증하고 설명하고 있다. 한국어 학에 대한 전문서적으로서도 손색이 없는 책으로 음운 학에 대한 지식이나 인문학적 토대 없이는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지만 문외한인 내가 정말 재미있게 읽었을 정도로 문체가 독특하고 유려하다. 이 책의 미 덕 중 하나다. 여기서 책의 내용에 대해 전부 소개할 수는 없다. 그 만큼 전문적이고 내용이 풍부해서 한 두 마디로 요약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굳이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말 해진 언어’가 도대체 어떻게 해서 ‘문자라는 시각적인 장치’를 통한 ‘쓰여진 언어’가 되는 것일까?”라는 물음 에 답하는 여정이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한글의 구조를 통해 ‘음이 문자가 되는’ 놀라운 시스템을 발견 하는 것이다. 이 책은 전반부에서 한국어는 어떤 언어인지, 훈민 정음이 탄생하기 전까지 한국어는 어떤 길을 걸어 왔 고, 한국어 모어화자는 어떤 문자생활을 했는지, 정음 의 제자 원리는 무엇인지에 대해 논술하고 있다. 그러 나 이 책의 백미는 역시 저자가 “‘정음’ 에크리튀르 혁 명”이라 명명한 ‘한글의 탄생’에 대한 기술이다. 정음이 만들어질 당시 한반도에서 모든 “쓰여진 언 어”(저자는 이를 ‘에크리튀르 ēcriture’라는 전문용어로 이름하였다)는 한자와 한문이었다. 그 당시 “지식인들 법무사의 서재 “나랏말 미”의 혁명 - 노마 히데키의 「한글의 탄생」 임 익 문 ■ 법무사(전라북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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