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법무사 9월호

문화가 산책 I 영화 70 『 』 2013년 9월호 ■ 장르 : SF, 액션, 드라마 ■ 제작 : 한국 / 125분 / 2013.8.1. 개봉 ■ 등급 : [국내] 15세 관람가 맞춰서 터져준단 말인가. 특별히 부여한 캐릭터와 중요도에도 불구하고 송 강호의 존재감은 약했다. 기본적으로 서양인의 호흡 으로 바라본 동양인이라 그런 건지, 힘 빼고 상스럽 게 말하는 것의 재미는 있었는지 몰라도 목소리가 너 무 작았고, 포인트를 주어 자신의 특별한 의도를 설 명하지도, 미리 안배하지도 못했다. 이는 배우 개인 의 역량보다는 시나리오의 문제라고 생각된다. 요나 역의 고아성. 미완(未完)의 대기(大器)가 성숙 한 여인이 되어서 보여주는 가능성. 그 역시 아직 미 완이다. 화장으로 얼룩지지 않은 풋풋한 여인의 향기 는 아직 만개하지 않았으되, 정확하고 전달력 있는 영어 대사의 구현은 큰 점수를 줄 만하다. 하지만, 기차에서 태어난 17세 소녀가 왜 술에 취 해야 하는가. 결말을 좌우할 자신의 캐릭터에 대한 목표를 아빠인 송강호와 공유하고 있지도 않다. 디테 일의 부족이다. 이 영화에서 단연코 빛나는 배우 세 명을 꼽으라 면, 필자는 메이슨 역의 틸다 스윈튼과 길리엄 역의 존 허트, 그리고 윌포드 역의 에드 해리스를 꼽겠다. 물론 감초 역할을 멋지게 해준 옥타비아 스펜서나 이완 브렘너, 우리의 ‘빌리 엘리어트’ 제이미 벨 등의 공헌도 역시 높다. 하지만 미안하게도, 커티스 역할 은 ‘캡틴 아메리카’인 크리스 에반스 말고 그 어떤 꽃 미남 배우가 맡아도 그만큼은 해낼 수 있다. 그만큼 많은 것을 가졌고 풍부하게 앞뒤가 설명되고 관객이 이입해 주는, 말 그대로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에 17년 전 상황을 설명하는 것에는 필자뿐 아니라 많은 관객이 실망했을 것이다. 기대의 역전이 다. 윌포드의 정당성을 위해서인지, 자신의 리더로서 의 출발을 합리화하기 위해서인지, 갑자기 멈춰 서서 자신의 과거와 아픔을 모두 남궁민수와 관객에게 장 황하게 설명하는 것은 분명 편리한 오버액션이다. 자칫 스포일러(spoiler)가 될 위험 때문에 직접적 으로 풀어서 이야기하지 못하는 것 양해해 주시기 바 란다. 다만, 이 이야기의 전개와 결말과 관련해 우리 법무사업계의 숙제가 묘하게 겹치며 떠오르는 지점 을 이야기하고 싶다. 「설국열차」의 주제, 우리 업계의 숙제이기도 앞서 말한 바의 좌절을 안고 돌진하는 꼬리칸 사람 들의 영겁회귀는, 나중에 보면 부질없고 허무하게까 지 여겨질 수 있다. 커티스가 대변하는 그들의 운명이 절대적인 선이나 희생양만은 아니었음에서도 일방적 인 동정의 시선은 이중적으로 흔들린다. 하지만 그들과 커티스는, 남궁민수 일행은, 지향 은 조금씩은 달랐어도 함께 앞으로 달려 나가야만 했 다. 중간에 74%가, 아니 100%가 사망하는 한이 있어 도, 생명 있는 자들의 의지와 선택으로 그들은 엔진을 향해 죽음을 무릅쓰고 뛰쳐 나와야만 했던 것이다. 그 엔진과 윌포드가 자신들을 박해하고 부정하기 때문이 다. 결과적으로 엔진은 어떻게 되었는지 몰라도…. 지금우리업계가처한상황도이들과크게다르지않 은 것 같다. 법률시장의 독식을 기도하는 변호사 및 인 접자격사들과의 투쟁, 성년후견제도·전자등기 등 새로 운 제도의 정착을 둘러싼 여러 가지 마찰, 법무사 내부 의다양한의견대립과복지정책에대한견해차이등. 점잖은 말로 문제없는 듯 외면하는 사람도 있고, 모든 것은 긍정의 힘을 믿는 개인의 성실성 문제라고 치환하는 사람도 있다. 무엇이 궁극적으로 옳았는지 는 결과가 말할 것이고, 그 결과는 지금의 의식과의 연결점에서만 평가될 수 있을 것이다. 영원회귀에 복속될 것인가, 영원을 뛰어넘어 결단 의 행동을 할 때인가! 자, 기차는 달리고 있다. 엔진 을 장악하기 위해 나아갈 것인가, 기차 안에 그대로 머무르다 죽음을 맞이할 것인가, 아니면 기차 자체를 전복(顚覆)해 버릴 것인가? 우리의 숙제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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