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법무사 9월호
불어 우리나라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이런 모습에서 또 다른 잔잔한 감동이 밀려왔다. 미국인들의 자연보호에 대한 열정은 각별해 보였 다. 곧고 길게 뻗은 동서고속도로와 남북고속도로 양 편에는 군데군데 촘촘한 그물망이 거미집처럼 설치되 어 있다. 이는 민간 동물보호단체에서 설치한 것으로 광활한 대륙을 종횡무진으로 뛰어다니는 야생동물이 달리는 차량에 충격되어 사망하는 것을 방지하려는 눈물겨운 배려이다. 근간에 우리나라 충북 옥천군 소재 경부고속도로 상에서 길을 횡단하던 고라니 등이 달리는 차량에 역 과되어 떼죽음을 당하는 현장이 뉴스에 방영되는 것 을 본 적이 있다. 참으로 안타까운 심정이다. 야생동 물이지만 사람과 더불어 생명을 보호받을 권리가 있 다. 세계인권선언처럼 ‘세계수권(獸權)선언’이라도 있 어야 할까? “앵무새를 찾아서 너무 행복해요” 그러면, 우리의 앵무새는 어떻게 되었을까? 처음으 로 되돌아 가보자. 상당한 시일이 지났음에도 전단이 그대로 부착되어 있는 것을 보고 나는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그래서 염체불문하고 전단에 적힌 전화번 호로 전화를 걸어 “앵무새를 찾았느냐”고 물어 보았다. 앵무새의 주인으로 보이는 상대방은 밝고 건강한 음성을 가진 젊은 청년이었다. 청년은 “앵무새를 찾았 다”고 하면서 “관심을 가져주어 고맙다”는 인사말까 지 곁들였다. 나는 내친 김에 찾게 된 경위를 물어보 았다. 청년 말에 따르면, 앵무새는 자기가 살던 아파트에 서 직선거리로 약 1km 정도를 날아가 구 KBS 방송 국 옆 중국식당에서 발견됐다고 한다. 난데없이 날아온 앵무새를 불쌍히 여긴 중국집 종 업원 둘이 먹이를 주며 보살펴 주니 앵무새도 잘 따라 서 종업원 한 명은 “자신들이 그냥 기르자” 하고, 다 른 한 명은 “주인에게 돌려주자” 하며 작은 실랑이도 벌였단다. 결국 동물협회에 연락해 그곳에서 양육하고 있었 는데, 앵무새 주인이 ‘유기동물보호협회’가 있다는 말 을 듣고 연락해 보니 마침 보호하고 있는 앵무새가 있 다고 하여 찾아가 확인해 보니 잃어버린 자신의 앵무 새가 맞아 데리고 왔다는 것이다. “앵무새를 찾아서 너무 행복하다”는 청년의 말을 듣자니 조류든 아니든 동물을 사랑하는 그의 마음씨 가 무척 갸륵했고, 감염된 앵무새를 치료해 병든 생명 을 구하려는 의지도 가상하게 느껴졌다. 유난히 사람을 잘 따른다는 그 앵무새는 구입가격 이 30만 원이라고 하는데, 찾아주는 사람에게 사례금 으로 10만 원을 주겠다고 했으니 구입가의 3분의 1을 쾌척하려고 했던 셈이다. 이 글을 쓰는 지금 시간이 밤 11시가 넘어서고 있 다. 이 시간에 앵무새 주인인 그 청년은 앵무새를 안 고 단꿈에 취해 있을 것이다. 그의 성씨가 ‘감(甘)씨’ 라 하니 더욱 그렇다. 근간에 우리나라 충북 옥천군 소재 경부고속도로 상에서 길을 횡 단하던 고라니 등이 달리는 차량에 역과되어 떼죽음을 당하는 현장 이 뉴스에 방영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참으로 안타까운 심정이다. 야생동물이지만 사람과 더불어 생명을 보호받을 권리가 있다. 세계인권선언처럼 ‘세계수권( 獸權 )선언’이라도 있어야 할까? 7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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