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법무사 10월호

4 『 』 2013년 10월호 권두언 말과글의난세속에서도빛나는영혼 창조설에서든 진화설에서든 인간이 처음으로 언어 문자기호를 사용하기 시작한 시기는 지금으로부터 약 5천 년 전이다. 바벨탑이 세워지던 바빌론의 쐐기꼴(楔形) 문자나 이집트의 상형문자가 쓰인 시기에 해당한다. 이렇 게 형성된 인간의 문자언어는 문명의 발전과 함께 점점 더 복잡하고 치밀한 체계를 갖추게 되고, 인간으로 하여 금 온갖 정보와 사상과 감정을 섬세하게 나타낼 수 있게 한다. “내가그의이름을불러주기전에는 / 그는다만하나의몸짓에지나지않았다. 내가그의이름을불러주었을때, / 그는나에게로와서 / 꽃이되었다.” - 김춘수(金春洙)의 「꽃」 중에서 아담이 이름을 붙여서 꽃이 된 꽃을 시인이 꽃이라고 이름을 불러주는 순간 그것은 그 시인만이 느끼는 의미 의 꽃이 된 것인데, 꽃이라는 시니피앙(記標)에 스며있던 꽃이라는 시니피에(記意)가 현실로 살아났기 때문이다. 무릇 언어기호가 그러하듯, 만들어진 말의 껍데기에는 그 이름에 합당한 의미가 속살로 채워지는데, 말의 뜻은 언중(言衆)이 구현하기 전까지는 잠재적이며 일반적일 뿐이고, 그 말을 현동화할 때 비로소 개별적이고 구체적 인 의미가치를 띠고 언어의 기능을 다한다. 그런데 그 의미가치를 실현하는 언주(言主)가, 사실이나 진실을 소통하도록 만들어진 도구의 쓰임새를 왜곡하 여 의미의 진실가치를 없이 하는 일이 잦아서 의미의 화폐시장이 매우 불안정한 것이 현실이다. 무지와 악의(惡 意) 또는 아세(阿世)와 이기심 때문에 사실과 진실을 뒤트는 말과 글이 난무하는 세상이다. 그 많은 신문과 잡지 와 방송들, 게다가 여과도 수정도 없는 SNS가 쉬지 않고 쏟아내는 그릇된 진실과 악질의 조작과 이기적인 음모 가, 말로써 글로써 온 세상을 어지럽힌다. 가히 말세를 걱정할 지경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맑은 영혼과 깊은 사색과 해박한 학식에서 우러난 형안의 예지를 펼쳐주는 사람들이 없지 않다. 그들의 말과 글은 어지러운 오늘과 내일의 걱정을 살짝 내려놓게 한다. 그러한 분들 가운데 이헌조(李憲 祖) 씨가 있다. 그분은 일찍이 한국의 대표 기업인 LG전자의 사장과 회장을 역임하면서 주옥같은 표어를 많이 만들어 냈다. 그분의 밝고 올곧은 심성과 동서고금의 철리를 꿰뚫는 깊은 지식이 빚어낸 속 깊은 글들은 방대한 경영 담론집으로, 그 후에 발췌본 『붉은 신호면 선다』로 출간되었다. “중국의 고전 『논어』에서는 인(仁)을 충(忠)과 서(恕)로 나누어 생각하는데, 진기지심(盡己之心), 즉 자기의 최선을 다하는 마음을 ‘충’이라 부르고 추기지심(推己之心), 즉 자기 마음에 비추어 남을 생각 하는 마음을 ‘서’라 부른다. 충과 서를 바탕으로 한 (...) 정도경영을 하면 노경(勞經) 문제는 어려울 것 김 우 진 ■ 불문학자 · 인하대 명예교수 “언어는존재의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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