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법무사 10월호

젊어 한때 미치도록 시를 쓰고 싶은 때가 있었다. 한 손에는 곽윤직의 『물권법』 을 들고 다른 한 손으로는 로트레아몽의 「말도로르의 노래」를 넘기다가 브레히트 의 「살아남은 나」를 암송하 곤 했다. 가끔은 고시공부 하는 내 자신이 미워졌다. ‘법과 문학의 상호성’ 통찰한 전문미답의 저서 그 후로도 문학에 대한 미망의 끈을 놓지 못하다가 결국에는 대전지방법원에 근무하던 때인 1995년, 방 송대학교 국문과 3학년에 편입학하였다. 꿈같은 시간 은 흘러 어느덧 졸업논문을 써야할 때가 되었다. 나는 「한국 프롤레타리아 문학의 태동과 전개과정」이란 제 목으로 논문을 완성하여 제출하였다. 그러나 지도교수는 내용이 너무 평이하고 사실을 요 약해 놓았을 뿐, 신선함과 독창성이 없다며 전면적으 로 새로 쓸 것을 종용했다. 자료 조사할 시간은 없고 어 쩔 줄 몰라 난감해하던 바로 그때 나를 구해준 것이 안 경환 교수의 『법과 문학 사이』란 책이다. 나는 ‘법과 문학’이란 제목으로 졸업논문을 완성하여 통과하였다. 물론 안경환 교수의 『법과 문학 사이』란 책에 힘입은 바가 컸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이 자리 를 빌려 뒤늦게나마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안경환 교수는 1989년부터 서울대학교에서 ‘법과 문학’이란 강좌를 개설하여 강의를 하여 왔고, 『동아일 보』에 1992년부터 1994년까지 게재한 글들을 모아 1995년 도서출판 까치에서 이 책을 출간하였다. 문학은 일찍이 인접과학과 꾸준히 소통을 하여왔다. 예를 들어 문학과 사회, 문학과 철학, 문학과 역사, 문 학과 종교, 문학과 음악, 문학과 미술 등에 관해서는 많 은 평자들이 언급하여 왔고 문학을 둘러싼 과제로 취 급되어 왔다. 그러나 문학과 법의 상호관계에 대해서 는 아마도 안 교수의 이 책이 전문미답의 길을 개척하 였다고 해도 과찬은 아닐 것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법과 문학’이라는 말이 자연스럽 지 않게 느껴지는 이유에 대해 법의 역할 내지 기능에 대한 그릇된 편견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법률가는 고지식하며 문학인은 창조적이다는 편견, 법은 인간을 구속하고 문학은 인간을 해방시킨다는 편 견, 법학은 과거지향적이지만 문학은 미래지향적이다 는 편견을 조목조목 반박하고, 법과 문학 간의 불화가 법과 문학의 본질적 차이에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므로 미래 사회의 총체적인 발전을 위하여 법과 문학은 통 합학문의 발전이라는 측면에서 서로 융합되어야 하고, 법과 문학을 통해 법학의 지평을 넓히고 법치주의의 확산에 기여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법이란 무엇인가’라는 본질적인 물음에 대한 해답을 찾는 것은 법철학에 있어서 희망봉이라 할 수 있다. 마 찬가지로 문학이란 무엇인가, 즉 문학의 본질을 규명 하는 것도 문학 연구에 있어서 희망봉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법의 본질을 규명하기 위해서는 인간존재의 깊은 뜻 에 대한 통찰이 수반되어야 한다. 문학도 마찬가지다. 법무사의 서재 법은 문학과 친해질 수 있을까? - 안경환의 「법과 문학 사이」 임 익 문 ■ 법무사(전라북도회) 72 『 』 2013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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