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법무사 10월호
우리는 ‘문학’이라는 창을 통해 법제도의 중층구조를 보고, 권위와 통제의 깃발을 휘날리는 법의 힘도 본다. 언제까지 문학은 법의 고착된 눈과 권위주의 깃발에 대해 침을 뱉고 있고, 법은 문학의 비유용성에 대해 비웃고만 있을 것인가. 문학의 본질을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인간존재를 고찰 하지 않고서는 안 된다. 출발점에서부터 법과 문학은 동일한고민에부닥치고있는것이다. 인간존재의 깊은 통찰, 법과 문학의 본질 같아 따라서 문학작품이 인간행위의 갈등을 주로 다룬다 면 갈등을 제도적으로 해결하는 법을 다룰 수밖에 없 다. 법철학자 구스타브 라드브르흐는 그의 명저 『법철 학』에서 문학이 법을 매혹적인 소재로 다루는 것은 아 마도 법 자체에 내재하고 있는 다양성 때문일 것이라 고한다. 즉 존재와 당위, 실정법과 자연법, 정통법과 혁명법, 자유와질서, 정의와형평, 벌과은사등등의대립적특 질이 그것이다. 문학이 대립을 묘사하는 것을 본질로 하는예술형식이기때문이다. 저자는 법의 문제를 전혀 다루지 않는 문학작품은 거의 없다고 하면서 이 책에서 무려 90여 명에 달하는 문인들의 법률문학, 즉 공동체의 질서문제를 주제로 삼은 문학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필자는 이 책에 언급 된 문학작품의 방대함에 놀랐을 뿐만 아니라, 저자의 엄청난독서량에입을다물지못하였다. 저자는 윌리엄 셰익스피어, 찰스 디킨스, 표도르 도 스토예프스키, 프란츠 카프카, 마크 트웨인, 윌리엄 포 크너 등 여러 편의 문학작품을 소개하고 있는데, 이들 이 그만큼 훌륭한 법률문학을 많이 남겼다는 증표일 것이다. 우리나라 작가로는 송우혜의 「저울과 칼」, 이 병주의 「소설알렉산드리아」 두편만을다루고있다. 실존철학자 하이데거는 법을 하나의 도구로 본다. 그에 의하면 법은 사회생활 속에서 인간에게 정당성, 안정성, 평화를 가져오게 하기 위한 하나의 도구이며, 표지로서의성격을가지고있다. 하이데거의 언어를 빌리자면 문학도 하나의 도구이 다. 문학은 인간존재의 의미를 되새기고, 우리가 뿌리 박고 살아가는 세계를 바라보고 인식하는 도구이자 창 이요, 틀이다. 우리는 ‘문학’이라는 창을 통하여 법제도 의 중층구조를 보고, 권위와 통제의 깃발을 휘날리는 법의 힘도 본다. 문학이 인간생활의 갈등과 부조리를 다룬다면법을다루지않을수없다. 따라서법과문학은대립적이고적대적인관계에있 지않고상호불가분의관계에있다고말할수있다. 언 제까지 문학은 법의 고착된 눈과 권위주의 깃발에 대 해 침을 뱉고 있고, 법은 문학의 비유용성에 대해 비웃 고만있을것인가. 법과문학은상호교류와소통을통해지식으로서의 법, 지식으로서의 문학의 역할을 수행하고, 법과 문학 의 통합적 발전을 통해 각각의 지평이 확산되기를 바 란다. 그리하여 우리나라에서도 빅토르 위고의 「레미 제라블」,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 「카라마조프 가 의 형제들」, 톨스토이의 「부활」, 괴테의 「파우스트」, 프 란츠 카프카의 「성」, 찰스 디킨스의 「음산한 집」, 셰익 스피어의 「햄릿」에 필적할 만한 훌륭한 법률문학이 탄 생하기를고대한다. 마찬가지로 강제력과 권위의 깃발을 휘날리는 ‘법의 눈’에 상상력을 먹고 자라는 문학의 향기가 스며들어 건전한공동체문화가꽃피울수있는법치주의와 ‘미소 짓는 실증주의’(라드브르흐는 종교를 정의하면서 “종 교는 존재하는 모든 존재자의 궁극적 긍정이요, 모든 사물에 대하여 예와 아멘을 선언하는 미소짓는 실증주 의”라고하였음)가정착되기를바라마지않는다. 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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