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법무사 10월호
음악은 귀만 있으면 들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장 르마다 각각 고유한 문체에 익숙해져야 한다. 그리 고 더 중요하게는 희로애락의 감정이 퇴적층처럼 가 슴에 쌓여야 음악의 진짜 맛을 음미할 수 있게 된다. 가을 하면 떠오르는 음악 하나를 소개한다. 이탈 리아 출신의 배우이자 샹송 가수인 ‘이브 몽땅(Yves Montan)’의 「고엽(Les feuilles mortes)」. 너무나 익숙한 멜로디의 이 곡에서 ‘이브 몽땅’의 감미로운 목소리는 가을의 깊은 정취를 자아낸다. 그런데 내게 이 음악은 슬픔과 아픔이 배어 있는 눈 물이다. 돌아가신 나의 아버지에 관한 이야기다. 교통사고로 수감된 아버지, 쓸쓸하던 뒷모습 내가 작은 어린아이였을 적 아버지 무릎 위에 앉 아 있을 때면 아버지는 내게 거인처럼 느껴졌다. 2001년 그 아버지가 잔뜩 쪼그라든 모습으로 수감 되었다. 초등학교 4학년생 둘을 차로 치는 교통사고 를 낸 것이다. 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집행유예 로 풀려나오기까지 나는 매주 면회를 갔다. 초췌한 아버지는 내 눈을 피하셨다. 젊어서 여행을 다닐 때 아버지는 첫째인 나를 꼭 데려갔다. 앞니 빠진 채로 아버지와 어설프게 웃고 있는 내 모습을 아직도 사진첩에서 가끔씩 보곤 한 다. 혹 어머니와 아버지가 이혼한다면 난 당연히 아 버지를 돌봐야 한다고 혼자 생각하곤 했다. 가족끼리의 여행에서 동생들이 엄마 치마를 잡고 다닐 때, 저만치 앞서 걸으시던 아버지가 난 그렇게 외로워 보일 수가 없었다. 그래서 아버지 옆에 서서 용기 내어 손을 잡을라치면 찌릿찌릿 전기가 손으로 느껴졌다. 아버지는 유독 가을을 좋아하셨다. 그리고 「고엽」 을 사랑하셨다. 가을이면 이브 몽땅의 목소리가 어 김없이 집안 가득 울려 퍼졌다. 아버지가 그 음악을 틀어놓으면 난 가슴이 뛰기 시작했고 어지러울 만큼 떨렸다. 아버지는 아버지의 틀 속에서 외로우셨을 것 같 다. 내가 아버지가 되기 전에는 몰랐다. 자식들을 끔찍이 위하셨으나 사랑을 표현하는 법이 없으셨고, 외로웠으나 그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셨던 듯하다. 교통사고로 마침내 수십 년간 꾸려온 사업을 접 을 때도, 어렵사리 합의를 보고 교도소에서 출감하 실 때도, 그 후유증으로 당뇨와 갑상선 질환을 앓으 셨을 때도 오로지 혼자서 감내하셨다. 그러면서도 천방지축인 아들에게 “너희는 세상을 몰라” 하며 종 음악과 인생 하 철 우 ■ 법무사(대구경북회) 아버지 ! ‘ 가을낙엽 ’ 같은그이름 이브몽땅의 「고엽(Les feuilles mortes)」 ▲ 이브 몽땅. ▲ 「고엽」 앨범들. 74 『 』 2013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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