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법무사 11월호

수상 66 있다. 이 산책로를 따라 얼마동안 산길을 거닐다 내려 오면 보통 한 시간이 넘게 걸린다. 지난 시절 운동에 매 달려 있던 때는 날마다 찾는 편이었지만, 지금은 형편 상 그리 못하는 것이 퍽 안타까울 따름이다. 산 숲길을 탈 때면 되도록 나는 맨발로 걷는다. 이 맨 발 걷기는 주변에 맨발로 산길을 타는 사람들이 있어 그들에 뒤질세라 내가 실행하는 건강비법 중 하나다. 사실 전통 기혈논자들의 입을 빌리지 않더라도, 실증 체현을 통해서 우리 손바닥과 마찬가지로 발바닥에도 인체의 모든 부위와 경락이 닿아 있다는 것을 알 수 있 고, 이는 오랜 동안 전래되어 온 민간 건강요법이기도 하다. 아무튼 나는 시시때때로 숲을 찾아 즐겨 걷는다. 누 구든 산 숲을 조용히 거닐어 보라. 숲은 말없이 다가와 서 가만히 손을 잡는다. 외롭거나 슬플 때 아니면 속이 상한 일이 있을 때, 남과 다투고 화난 일이 있을 때 나 는 조용히 숲을 찾아간다. 그러면 숲은 들리지 않는 말로 살갑게 내 마음을 어 루만져 주고, 속진으로 더께더께 얼룩이 얹혀 찌든 속 마음 결을 청정하게 씻어준다. 나뭇잎 진 가을 숲이거 나 눈 내리는 겨울 숲, 또 싱그러운 녹색의 향연이 펼쳐 지는 봄·여름의 숲, 가릴 것이 없이 사시사철 나는 가 까운 이웃처럼 숲을 자주 찾아 드나든다. 숲이 우리에게 주는 선물은, 우선 첫째로 안온하게 느껴지는 위안감과 함께 하는 평화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숲에 가면 무엇보다 심리적 안정을 찾고 건강과 평화를 만끽할 수 있는데, 그 이유는 뭘까? 약 500~700만 년 전 동아프리카 사바나에서 탄생 한 인간은 숲과 더불어 살았다고 한다. 그래서 “인간의 유전자 속에는 숲에 대한 회귀 본능이 내재되어 있다” 는 것이다. 이 말은 숲의 편안함과 자연치유 효과를 뒷 받침하는 미국 하버드대 윌슨 교수가 주장하는 이른바 ‘바이오필리아’ 가설이다. 어쨌거나 우리가 숲에 들어 서면 마음이 차분해지면서 온갖 시름이 사라질 뿐더러 번잡스런 마음이며 오기까지도 일시에 씻겨지는 기분 을 느낄 수가 있다. 소소히 이는 바람결에 살랑이는 나뭇잎들, 숲 계곡을 졸졸대며 흐르는 물이며 지절대는 새소리. 이러한 자연 의 리듬들은 한껏 우주의 화음을 이루어 우리의 피곤한 신경을 안정시켜 주고 어지러운 마음을 편안하게 하여 평화의 나라로 이끌어 준다는 이야기다. 숲에서는 우리가 흔히들 알고 있는 ‘피톤치드’라 불 리는 물질이 분비되어 항균, 항산화, 항염증 작용을 하 며, 말초 혈관과 심폐기능을 강화시키고 천식, 폐 등에 도 이롭다는 조사 보고도 나와 있다. 피톤치드는 1928년에 구소련 레닌그라드 대학교의 토킨 박사(Dr. Boris P. Tokin)가 발견한 것으로 나무 가 주위의 해충이나 미생물, 그리고 다른 식물의 공격 에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공기 중에 또는 땅 속에 발 산하는 방향성 물질이다. 그러면 하루 중 피톤치드 발산량이 가장 많을 때는 언제일까? 해 뜰 무렵인 새벽 6시와 오전 10~12시 사 이라고 한다. 우리가 오전에 숲 속을 거닐어 보면 알 일 이지만 다른 때보다 훨씬 상쾌한 기분이 드는 것도 이 때문이 아닐까 한다. 산 밑이나 정상에선 바람이 많이 불기 때문에 산 중 턱에 피톤치드가 많다고 전한다. 특히 침엽수에서 많이 나오며 여름에 발산되는 피톤치드의 양은 겨울철에 비 병든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 숲이 건강과 행복을 안겨 주는 희망의 안식처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오늘도, 내일도 나는 숲으로 간다. 평소 즐겨 찾는 숲 속 길을 거닐다가 명상의 터에 이르면 벤치에 앉아 쉬면서 그윽한 숲을 노래한 시인, 이해인 수녀의 시 한 구절을 가만히 또 음 미해보리라. “ ” 『 』 2013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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