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법무사 11월호
“왜 사막에 가는 것일까. 몇 달 동안을, 아니 그 이상을 자기 자신만을 바라보고 자기 자신만을 생각하며 보내야 한다. 자연 절대고독과 맞닥뜨리게 된다. 아킬 모저는 세상에서 가장 황량한 사막 속에서 가장 완전한 행복을 체험하였다고 고백한다. 그러니 사막을 걸을 수밖에 달리 도리가 없다.” 열일곱 살, 처음 사막여행을 경험한 이래 그는 사 막을 영혼의 안식처로 삼고 35년 동안 전 세계의 모 든 사막을 여행하였다. 아프리카 대륙의 사하라 사막, 누비아 사막, 카이수트 사막, 나미브 사막, 칼라하리 사막, 시나이 사막, 아이슬란드의 오다다흐라운 사막, 중국대륙의 타클라마칸 사막, 고비 사막, 중가리아 사 막, 투르판분지, 알래스카의 코벅 사막, 호주의 그레 이트빅토리아 사막…. 부조리한인간 존재속에서삶의 의미 발견 스웨덴의 위대한 사막탐험가 스벤 헤딘은 “누구에 게나 사막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아킬 모저는 이보다 더 친절하고 상냥하게 “당신에게는 사막이 필요하다” 고 속삭인다. 사하라 사막 탐사에 전 생애를 바친 테 오도르 모노의 저서 『낙타 여행』이 고고학적 상상력으 로 사하라 모래의 바다를 항해하였다면, 아킬 모저는 이 책에서 명상가의 상상력으로 우리를 전 세계의 사 막으로 안내하며 외로운 영혼을 만나게 한다. 사막은 오늘날까지도 지표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 지만, 두바이에서 사막 사파리를 경험하기 전까지는 나 에게는 버려진 땅이었다. 황량한 모래언덕, 말라버린 호 수, 섭씨 50도가 넘는 치솟는 열기, 구약성서에서도 “온 통 구덩이뿐인 불모의 땅, 가뭄과 죽음의 그림자가 지 배하는 땅, 그 누구도 지나가지 않고 그 어떤 인간도 살 지않는땅”(예레미아 2장 6절)으로묘사하고있다. 이곳 에는 “씨앗을 뿌릴 수도 없고, 무화과나무도 포도나무도 석류나무도마실물도없다.”(민수기 20장 5절) 그렇다면 정녕 사막은 길도 없고 물도 없고 식물도 없고 아무도 살지 않는 곳인가? 그렇지는 않다. 사막 에도 많은 동물이 산다. 거미, 도마뱀, 살모사, 박쥐, 여러 종류의 새, 사막날쥐, 영양, 야생낙타, 들나귀, 타조, 여우, 메뚜기, 풍뎅이, 흡혈 파리, 개미, 모기, 전갈 등이 살고 있다. 식물도 많다. 선인장, 미모사, 위성류(가시덤불 종류), 흑겨자, 금작화, 바오밥나무, 종려나무, 아카시아, 나이트블루밍, 메스키트 등이 그 것이다. 오아시스에 가면 물도 있고 늪지도 있고 호수 도 있다. 황량하지만 사람이 살고 있고 생물들이 있다. 사막은 재발견되어야 한다. 아킬 모저는 사막을 “완전히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공간, 다른 어느 곳 에서도 생각할 수 없는 생각들을 떠올리는 곳, 부조리 한 인간 존재 속에서 삶의 의미를 발견할 수 있는 곳” 으로 인식한다. 우리 시대의 심오한 명상가 최승호 시인도 광활한 사막에서 삶의 예지를 발견한다. “어쩌면 삶이라는 것 이 광활한 사막에서 떠낸 모래 한 덩이가, 모래들을 덧보태며 돌아다니다가 인연이 다해 허물어지는 모래 들의 이동이 아닐는지”(「나무와 새 사이에서」) 아킬 모저는 35년 동안 세계의 사막을 누볐다. 때 로는 모래폭풍이 텐트를 집어삼킬 때도 있었고, 모래 안개 속에 갇혀 있기도 했다. 생명이 위태로울 때도 종종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왜 사막에 가는 것일까. 몇 달 동안을, 아니 그 이상을 자기 자신만을 바라보고 자기 자신만을 생각하며 보내야 한다. 자연 절대고독과 맞닥뜨리게 된다. 예수도, 부처도, 모하메 드도 광야에서 신의 부름을 받고 신에게로 이르는 길 을 발견하지 않았던가. 아킬 모저는 “세상에서 가장 황량한 사막 속에서 가장 완전한 행복을 체험하였다”고 고백한다. 그러니 사막을 걸을 수밖에 달리 도리가 없다. 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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