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법무사 11월호
75 증이 어려운 새로운 밀레니엄의 시대에 멜로드라마 (melo drama)로, 그것도 ‘환생’과 ‘동성애’라는 사뭇 이질적인 소재로 그만큼의 성취를 이루어냈다는 것 은 분명 작가와 감독을 비롯한 제작진과 한국 영화의 쾌거였다. 소나타형식의 스토리 구성, 현악4~5중주 음악우수해 ‘환생(還生)’, 영어로 하면 ‘reincarnation, rebirth, (be) born again’ 등으로 옮겨질 이 말의 의미와 뉘앙 스가 작품 전체를 아우른다. 태희가 고등학생 현빈으 로 환생한 것은 분명 (예수의) 부활(resurrection)과는 다르다. 태희의 ‘현빈’으로의 전이(轉移)는 인격의 동일 성과 의식의 연속성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 같으면서 도 다른, 새로 태어남이자 낯익은 것의 낯설게 함이다. 이러한 소재 내지 스토리의 독특함은 묘하게도 자체 적으로 극의 진행 방향, 구조에서도 같은 주제의 변주 (variation)를 이루어 준다. 처음 등장한 인우가 그리는 인연의 끈 화폭이 칠판 이고, 따라서 자연스레 교실이라는 풍경으로 이어져 회상되는 17년 전의 사랑 이야기는, 아름다웠지만 아 픈 사랑의 여운과 함께 자연스레 현재의 현빈에게로 이어진다. 인우의 변함없는 절절한 사랑의 테마(theme)는 같 은 깊이로, 하지만 다를 수밖에 없는 현재의 태희를 향해 변용된다. 소나타 형식(sonata form)과 비슷하 다. 그 장(章)과 장의 연결을 주변의 학생들과 군인 들, 친구들이 부드럽게 연결해 준다. 그 연결에 가장 크게 기능적으로 작용하는 요소는 역시 음악이다. 현악 4~5중주로 직접 연주되는 뮤지컬 넘버와 배 경음악의 버무림은 오리지널 영화음악을 초월해 새 롭게 빛나는 몇 안 되는 우수성으로, 작곡가의 능력 과 감성에 경의를 표하게 한다. 그런데 공연이 끝나 고 커튼콜(curtain-call)까지 마치고 나서야 이들의 존재를 알 수 있게 되고, 감사와 환희의 박수를 보낼 수 없게 설정된 연출에는 아쉬움이 진하게 남는다. 바로 이 부분이, 영화가 아닌 뮤지컬로서 이 작품 이 가지고 있는 대체 불가능한 매력이자 특장점이라 고 생각된다. 장면의 전환을 인물들과 연기와 음악과 노래와 움직임의 조화(choreography)가 채워주는 것, 디테일한 장면과 확대, 오버랩(overlap)를 통한 카메라의 기술로는 구현하기 힘든 다름(틀림이 아님) 이 바로 이 작품의 무대화가 이루어낸 공이 아닌가 싶다. 플래시백을 통해 태희와 현빈이 동시에 쓰러졌 다가 동시에 일어나면서 바뀌는 장면이 이 공연의 백 미(白眉)가 아닐까 한다. 배우들의 연기도 훌륭했다. 최고라고까지 할 수 있 을진 모르겠지만, 특히 인우 역의 강필석과 태희 역 의 전미도의 앙상블(ensemble)은, 이병헌과 고 이은 주의 존재감이 멋들어지게 녹아들어간 필름의 아우 라(aura)와는 별개의 매력을 준다. 연기(演技)는 표정이 아닌 정서와 논리적 정합성이 고, 특히 무대에서는 호흡이다. 젊고 유망한 배우들 이 이를 아는 것 같아 반갑고, 잘 다듬고 키워서 멋진 중견 배우로 거듭나 주기를 기대하게 된다. 현빈 역 의 이재균은 아직 어려서인지, 멋진 몸과 노래에 비 해서는 좀 더 다듬어야 할 진주다. 마지막으로 제목으로 인용한 대사의 좀 더 큰 덩어 리를 소개해 드린다. 이 가을, 연인이나 배우자와 함 께, 가슴시린 첫사랑의 기억을 이 작품으로 매만져 보는 것도 의미 있으리라. 서로가 첫사랑이 아니었음 을 확인하고 싸우지는 마시기를. “다시만나사랑하겠습니다. 사랑하기때문에사랑하는것이아니라 사랑할수밖에없기때문에당신을사랑합니다.” ● 일 시 : 2013.9.27~11.17. ● 장 소 : 두산아트센터연강홀 ● 관람시간 : 150분(인터미션 : 20분) ● 관 람 가 : R석 80,000원/ S석 60,000원
Made with FlippingBook
RkJQdWJsaXNoZXIy ODExNj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