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법무사 12월호

수상 콩트 설악산대청봉등정기 원 영 래 ■ 법무사(강원회) 설악산 화염마왕( 火炎魔王 ) 섬멸 작전 때는 바야흐로 입추(立秋)를 멀찌감치 돌아 말복(末 伏)도 저만치 비껴간 광복절 전야. 갈수록 기세등등한 설악산 대청보궁주(大靑寶宮主) 화염마왕(火炎魔王) 의 마수(魔手)로 대한민국 전역이 초토화(焦土化) 지 경에 이르렀다. 이에 강호의 명문세가 한국방송통신대학교파(이하 ‘방송파’로 칭함)의 장문인은 그의 수석 전인(傳人)인 진명검객을 불러 마도(魔徒)를 섬멸하고 대한민국을 화염으로부터 구하라는 전갈을 내렸다. 진명검객은 방송파 동호회의 등산 대장직을 수행하 고 있다. 그는 『수호지』에 나오는 신행태보 대종으로 부터 경공술을 전수받은 자이다. 하루 천리를 달릴 만 큼 경공술에 뛰어나고 해동검법을 익힌 방송파의 제 일 검객이다. 그는 남도천리 여름사냥에 나섰다가 실 패하고 실의에 빠진 무사를 불렀다. “작금의 상황은 화염마왕의 기세로 백성들은 도탄 에 빠지고 난방기를 갖추지 못한 서민들은 화염마왕 이 살포한 열대야독(熱帶夜毒)에 감염되어 밤잠 이루 지 못하고 있지요. 각 회사나 사업장 및 가정에서의 전력 과소비로 전력 수급에 비상이 걸렸소이다. 진명검객은 찻잔을 들어 입술을 축인 후 다시 말을 이어갔다. “우마왕이 손오공에게 혼쭐이 나 화염산에서 줄행랑 을 놓은 후 대한민국 최고의 경승지(景勝地)이자 성지 (聖地)인 설악산 대청보궁(大靑寶宮)을 습격하여 그곳 의 주인인 봉정선인(鳳頂仙人)을 내쫓고 궁주가 되었 소이다. 그게 벌써 두어 달쯤 됐을 거요. 우마왕이 화염대왕으로 칭하면서 대한민국을 수중 에 넣은 후 전국의 명산대찰(名山大刹)의 산신령과 동해용왕, 남해용왕, 서해용왕 등을 수하로 삼아 손 오공과 삼장법사를 멸한 후 옥황상제를 쳐서 그야말 로 하늘나라와 지상을 수중에 넣으려는 간계를 획책 하고 있소이다.” 진명검객의 눈빛에 광휘가 번쩍인다. 혀로 입술을 핥 더니 천천히 말을 이어간다. “무사는 문무를 겸비했을 뿐만 아니라 병서에도 능 통하다 들었소. 무술로는 장삼풍으로부터 전수받은 태 극권이 노화순청의 경지에 이르렀고 병서로는 육도삼 략, 손자, 오자는 물론이거니와 귀곡자의 산술에도 통 달했다고 하니 그대가 나를 도와주면 화염마왕인들 두 렵겠소. 승패는 병가지상사이거늘 남도공략에 실패했 다하여 실의(失意) 없기를 바라오.” 이에무사는두손을모아포권으로읍하고대답한다. “소생이 남도공략에 실패한 것은 필기단마도 그 원 인이겠지만 공략할 지점을 잘못한 것이 큰 원인입니다. 뱀은 머리만 누르면 되고 새는 날개 죽지만 잡으면 되 는 것이지요. 즉, 손자병법 제18계 금적금왕(擒賊擒王) 에서 적을 잡으려면 우두머리부터 잡아야 한다는 것이 죠. 엉뚱한 남도를 택해 풀을 건드려 뱀을 놀라게 한 형 상이니. 즉, 제가 무술은 조금 하지만 병법에 능통하지 는 않습니다. 다 강호의 말하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듣기 좋으 라고 한 말에 불과하니 오해 없으시기 바랍니다. 방송 파에는 자고로 지략이 출중하고 경험이 많은 협객들 이 많이 있지요. 그중에 일단 신협객 순화도인을 천거 합니다. 62 『 』 2013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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