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법무사 12월호
64 수상 이끝나면대청봉에이르게됨. ● 대청봉만을 목적으로 빠른 산행을 목표로 한다면 최단 코스로추천함(앞사람발꿈치만보게됨). ● 총소요시간 : 개인차에따라 4~5시간정도. 설명을 마친 신협객은 속이 타는가 보다. 물병을 들어 벌컥벌컥 마시더니 말을 이어갔다. “우리는 단순 산행이 아닙니다. 대청봉을 순식간 에 장악한 후 화염마왕을 물리쳐야 합니다. 그렇다면 최단코스인 오색에서의 공략을 시작해야 하지요.” 화염마왕의 공성계와 미인계 일행은 그의 견해에 수긍했다. 여명의 새벽공기는 후덥한 밤공기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진명검객을 제외한 일행들은 마차 안에서 지긋이 눈을 감고 운기 조식에 몰입했고, 거침없이 마차는 달려 이윽고 양양 오색에 도착했다. 오색 등산로 입구에 도착하니 아직 도 한 밤중, 하늘엔 드문드문 남은 별들이 퇴근할 채비 를 하고 있다. 각자 행장을 꾸린 일행들이 다섯 시 시 침소리와 동시에 대청봉을 향해 진격하기 시작했다. 사각사각 바지춤 스치는 소리만 적막을 적시고 있 다. 그들은 최대한 행보를 감춘 채 대청보궁을 향하 고 있다. 진격을 시작한 지 한 시간쯤 지났으나 별다 른 징후는 없었다. 멀리 산 울음과 계곡물이 부서지는 소리만 간간히 들려올 뿐 사위는 아직도 어둠에 묻혀 있다. 첫 번째 쉼터에서 잠시 행보를 멈췄다. 한 모금 냉수로 목을 축이고 10분쯤 걸었을까. 차츰 하늘이 밝아오고 어둠 속에 숨어 있던 나뭇잎들이 찰랑찰랑 존재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가파른 계단을 올라 얼마쯤 걸었을까. 우렁찬 물 우 뢰가 들려왔다. 우리는 화염대왕의 졸개들이 나타났 을까 바싹 긴장하고 주위를 살폈지만 아무런 징후도 없었다. “여기가 설악폭포입니다. 일단 전열을 가다듬읍시 다. 잠시 흘린 땀을 거두고 흘린 만큼 물을 보충해야 지요.” 진명검객이 말을 하자 일행들은 계곡으로 내려가 얼 굴도 씻고 물도 마시며 준비한 간식을 꺼내놓기도 했 다. 대충 김밥과 떡, 샌드위치 등으로 아침을 대신하고 다시 대청봉을 향해 조심스레 진격했다. 더위가 맹위 를 떨치는 속세와 달리 산속의 기온은 평온했다. 가끔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땀을 훔쳐 주기도 했다. 이상해 도 너무 이상해. 신협객이 말을 던진다. “우리가 여기까지 왔는데도 적의 공격이 없는 것은 공성계가 틀림없습니다. 원래의 공성계(空城計)는 성 을 비워서 적으로 하여금 혼란에 빠뜨리도록 허세를 부려 전혀 준비가 안 된 경우에 쓰는 계책이지만 여기 서는 역공성계라 할 수 있습니다. 오히려 성이 빈 것 처럼 보여 안심하게 해놓고 매복한 졸개들이나 암기 를 이용해 우리를 공격할 수도 있다는 것이죠. 그러니 결코 안심해서는 안 됩니다.” 이에 진명검객이 말을 받는다. “그래 듣고 보니 신협객의 말이 옳군요. 화염마왕 정도면 결코 우리가 여기까지 온 것을 모를 리 없습니 다. 그러니 좌우상하를 잘 살펴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 야겠습니다.” 다시 가파른 계단길이 나타났다. 아무리 상승무공을 지닌 무림의 고수라 할지라도 적의 습격에 대비해야 하는 탓에 경공술을 쓸 수 없었다. 돌계단길이 끝나고 다시 평평한 길이 나타났다. 산 위에서 내려오는 바람 이 너무나 시원했다. 사위를 살피며 진군하던 일행 앞 에 대청봉이 가까이 있음을 알리는 표지가 보였다. 대 청봉과 불과 500미터 지점까지 진격하도록 적의 징후 는 보이지 않는다. 조금씩 이상한 생각이 들 무렵 멀리서 여인이 일행 을 향해 너울너울 치맛자락을 휘날리며 걸어오고 있었 다. 이윽고 일행 앞에 다가온 묘령의 여인이 공손하게 손을 모으며 인사를 한다. “어서 오십시오. 저는 대청보궁에서 온 청아(靑雅)라 고 합니다. 궁주께서 여러분들을 공손히 모시라는 분 『 』 2013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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