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법무사 12월호
67 상반된 두 피가 나란히 그에게 흘러들어 육체와 영혼, 신과 인간, 악마와 천사 등 영원히 모순된 삶에 조화와 질서를 이루려고 끊임없이 투쟁하는 그의 기질을 형성했다. 그는 전 일생을 통하여 쉬지 않고 투쟁하였던 것이다. 시골의사 박경철은 의과대학에 다니던 청년 시절 『예수 다시 십자가에 못 박히다』라는 책을 단숨에 읽 고 가슴에 꿈을 새긴다. 20여 년 동안 그는 카잔차키 스를 읽고 또 읽는다. 카잔차키스가 “평생 동안 간직 했던 가장 큰 욕망들 가운데 하나가 여행”이었듯 그 는 카잔차키스를 읽고 또 읽으며 언젠가는 카잔차키 스가 밟았던 여로를 따라 여행하리라 다짐한다. 그는 나이 오십을 앞두고 그 꿈을 실현하였고, 그 여행의 기록물이 『문명의 배꼽, 그리스』라는 책이다. 춤을 추면서싸우는 자, 가장자유롭게외치던자! 카알 마르크스가 죽던 해인 1883년에 금세기 위대 한 인물 두 명이 태어난다. 그 한 명은 경제학자 케인 즈이고, 다른한명이바로우리의영혼을바닥까지뒤 흔든 시인 니코스 카잔차키스이다. 그의 어머니는 그 리스인이었고, 아버지에게는아랍인의피가흘렀다. 아랍인의 기질은 “자부심이 강하고, 고집스럽고, 모질고, 검약하고, 비사교적”이라고 한다. 그는 “아 버지는 엄격했고, 괴로워할 줄을 몰랐다”고 투박한 어조로 말하지만 “어머니는 성자같은 여인이었다” 고 술회한다. 이와 같이 상반된 두 피가 나란히 그에게 흘러들어 육체와 영혼, 신과 인간, 악마와 천사 등 영원히 모순 된 삶에 조화와 질서를 이루려고 끊임없이 투쟁하는 그의 기질을 형성했다. 그는 전 일생을 통하여 쉬지 않고투쟁하였던것이다. 그가 마르크스가 죽던 해에 태어났다는 것은 어쩌 면 하나의 상징, 시적인 언어일 수 있다. 그의 출생지 는 크레타 이라클리온이다. 당시 크레타는 터키의 지 배하에 있었고 빈번히 독립전쟁이 일어났다. 어렸을 때부터 터키의 박해를 받으며 자란 그는 자연스럽게 민족주의에경도되었다. 1919년 그는 공공복지부장관에 임명되어 그리스정 부의 일원이 되지만, 이듬해 그가 몸담은 자유당이 선 거에 패배함으로써 장관직에서 물러난다. 1922년 베 를린 여행 중 그리스가 터키와의 전쟁에서 참패했다 는 소식을 접하고, 그는 민족주의를 버리고 공산주의 에 동조한다. 그는 베를린에서 레닌을 메시아라고 믿 는 ‘이트카’라는여인을만난다. 그녀는 “레닌은 빛이고, 트로츠키는 불꽃이지만, 스탈린은 러시아의 흙”이라고 믿는 여인이다. 그는 이트카와 여러 밤을 함께 보낸다. 그는 러시아로 가 서 루마니아 작가 이스트라티와 위대한 고리키도 만 난다. 그는 핍박받는 민중의 고통을 자신의 고통처 럼 느끼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는 언제나 육체와 영혼의 조화와 통일 을 위하여 투쟁하는 인간이었다. 삶의 덧없음에서 자신을 구원하고 영원한 대상을 찾기 위해 끊임없 이 투쟁하였던 것이다. 그는 그 조화로운 삶을 붓다 에게서 발견하였다. “인간을 굶주림과 포만으로부 터, 불의뿐 아니라 정의로부터 해방시켜 주는 또 다 른 메시아”, 더 중요한 것은 붓다가 “모든 메시아들 로부터 해방시키는 메시아”라는 깨달음이다. 러시아에서크레타로돌아간직후그는운명처럼늙 은 광부 알렉시스 조르바를 만난다. 조르바는 당신에 게누구인가요? 내가그에게묻는다. 그는대답한다. “먹고마시고말처럼일하고여자를쫓아다니는놀라 운뜨내기,춤을추면서싸우는자,내가평생알았던사 람들가운데가장영혼이널리트이고,육체는자신감이 넘치고,가장자유롭게외치던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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