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법무사 12월호

문화가 산책 I 연극 김 청 산 ■ 법무사(서울중앙회) · 본지 편집위원 · 연극배우 연극 「우연한 살 인자」는 살인을 저 지른 한 남자의 기 억을 따라가며, ‘진 실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이야기한다. 자기 내면의 ‘악’과 대면했을 때 인간 은 과연 어떤 선택 을 하는가. 「우연한 살인자」는 과거의 기억과 현재를 오가는 과정 속에서 주인공의 조작된 기억과 감추고 싶은 진실, 그리고 인간의 본질과 마주하며, 인간은 왜 진실 앞에서 비겁해질 수밖에 없는지에 대해 끊임없이 묻고 있다. 미니멀한 무대, 탄탄한 희곡과 세밀한 연출, 섬세한 감 정연기가 돋보이는 극단 작은신화의 배우들이 참여한 이 작품은 인간 본성에 대해 되새겨볼 수 있는 묵직함으로 남을 것이다. 극단 작은신화의 「우리연극 만들기」는 창작극 발굴뿐 아니라 기성 작가와 연출자만이 주도하는 기존의 창작 작업에서 벗어나 무대미술, 드라마투르그, 배우들에 이르 기까지 여러 공연 주체들의 공동작업, 열린 제작 과정을 통해 창작 공연 제작의 새로운 방법론을 지향해 왔다. 20년째 지속되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창작 초연뿐 아 니라 관객과 극단의 평가를 통해 재공연으로 작품이 레 퍼토리화할 수 있고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함께 만들어 간다는 점에서 우리 연극계에 큰 의미를 던져주고 있다. <공연 소개 책자에서 인용> 본의 아니게 인용이 길었다. 필자가 몸담았고 지 금도 배우자가 활동하는 극단의, 필자도 참여한 바 있는 이 프로젝트에 대한 개인적 호불호를 넘어서, 이 작업의 의미는 소개한 대로 한국 연극계에서 특 별하고 남다르기 때문이다. 불모(不毛)의 환경에서 신진 작가와 공동작업의 방식으로 상업성을 떠나 이런 공연을 하는 극단의 노력과 추진력에 아낌없 는 박수를 보낸다. 한 자아 속에서 분열하는 두 주인공, 복수를 통한 속죄 주인공 영호 와 닥터 K 는 동일인물이다. 혹은 같 은 인물의 좌뇌와 우뇌, 또는 의식과 무의식이다. 영호를 심문하는 사이코드라마(psycho-drama)가 펼쳐지는 동안, 치료받는 혹은 분석되는 자아의 주 인공은 바로 닥터 K 자신이다. 이 사실이 분명히 밝혀지는 순간은, 이발소의 이 발사가 닥터에서 영호로 바뀌는 장면에서다. 흰 가 운으로 대변되는 정신과 의사와 이발사의 인격의 치환, 절묘한 설정이다. 이제 K는 관찰자에서 고백자로, 치료사에서 환자 로 변하고, 그 자신에 다름 아닌 영호는 그의 주변에 서 의식의 분열을 조장하다가, 마침내 그를 쓰러지게 한다. 그는 해체 (解體, de-construction)된다. 자신의 어머니와 동생을 죽게 하고, 그들에게 모 진 성적 수치심과 모멸감을 주었던 마을 사람들을 찾 아가, 수몰 직전에 모두 죽여 버리는 장면에서 우리 ‘악의평범성’으로부터우리는 자유로운가 ! 극단작은신화의 「우연한살인자」 70 『 』 2013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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