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법무사 2월호

김 청 산 ■ 법무사(서울중앙회) ·본지편집위원 ·연극배우 한스 그라프 초청 연주회, 수준급 관객 매너에 깜짝! 필자에게는 하이파이 오디오 시스템 구축이라는 오랜 숙원이 있다. 하지만 제대로 된 시스템을 갖추기엔 그 비용이 만만찮아 엄두를 못 내고 있지만, 음반 하나 구입하는 정도 비용으로 억대를 호가하는 세계 최고의 하 이 피델리티 오디오 시스템보다 나은 음질의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길이 멀지 않은 곳에 있으니, 바로 연주회 장을 직접 찾아 감상하는 것이다. 지난 2월 23일, 마침 서울시립교향악단(이하 ‘서울시향’)이 ‘2014 정기패키지’ 공연으로 말러 교향곡 10번을 연주한다고 해서 바쁜 시간을 쪼개 예술의 전당을 찾았다. 서울시향은 정명훈을 예술감독으로 맞이한 이후, 매년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관객의 귀와 눈을 즐겁게 해 주고 있다. 그간 전세계 투어를 통해 서방에서도 유수의 오케스트라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실력과 명성을 쌓아 왔고, 이제는 유수의 음반사(DG)와 음반을 낼 정도로 명실상부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필하모닉으로 자리매 김하고 있다. 이번 연주회에서는 휴스턴 심포니의 음악감독으로 재직하고 있는 오스트리아 출신의 지휘자 한 스 그라프(Hans Graf)를 초빙해 3일간 총 6회의 리허설을 거쳐 말러(Gustav Mahler의 「교향곡 10번 F단조」 와 코른골트(Erich Wolfgang Korngold)의 「바이올린 협주곡 D장조(Op.35)」를 무대에 올렸다. 필자는 가장 싼 1만 원짜리 표를 예매하고 3층의 가장자리에 앉았는데, 놀라웠던 점은 2천 석(席)이 넘는 객 석을 거의 꽉 채운 관중들의 태도였다. 남녀노소가, 평일 저녁 콘서트홀에 조용히 앉아서 진지하게 연주를 감 상하고, 끝나는 순간마다 열화와 같이 박수를 치는 장면은 어떤 이유에서든 참으로 오랜만에 겪어 보는 아름다 운 광경이었다. 필자 자신도 공연 무대에 올라선 경험상, 앞뒤 보지 않고 무작정 박수나 휘파람, “우우~” 하 는 환호성을 질러대는 관객을 좋아하지 않는 편인데, 휴지(休止)에 끼어드는 실례를 범하지 않으면서도 연주 자들에게 최고의 찬사를 보내는 매너는 가히 문화 선진국의 모습이랄 수 있었다. 우리나라의 음악 감상 수준이 이렇게나 높아졌나 싶어 자부심을 느낄 정도였다. 사실 필자는 말러를 잘 모른다. “어떤 작곡가를 가장 좋아하는가?”고 묻는다면 앞뒤 잴 것도 없이 “베토벤 (L. v. Beethoven)”이라 말할 정도로, 한 인간의 생애 자체의 비장미와 장엄함, 완벽한 하나의 체계라 할 수 있는 작품세계의 위대함, 고난과 역경의 극복이라는 점에서 그를 경외한다. 하지만 말러는 조금 난해하고, 생 애 자체의 알려진 우울함과는 달리 특정 멜로디로 각인되는 대별성을 인식할 만큼 우수한 청중도 되지 못한 탓 에 접하기가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래서 한 번쯤은 말러와 제대로 만나보고 싶었던 지도 모른다. 문화가산책 ▶ 연주회 서울시립교향악단, 한스 그라프의 「말러 교향곡 10번」 거인의어깨에올라타, 그의떠남에 작별을! 『 』 2014년 2월호 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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