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법무사 2월호

완만한 경사의 눈길이 아닌, 이 곳 상층부의 심한 경 사를 올라갈 때의 그 짜릿한 스릴은 직접 맛보지 않 고는 설명이 어려울 뿐이다. 스노우모빌에서 내린 후 에는 천지까지 직접 걸어서 올라가야 한다. 짙은안개,신비한천지의자연설위를나르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가? 정상부의 날씨가 예상보다 훨씬 심각했다. 사방을 분간하기 어려운 짙은 안개 속 에서 무거운 스키부츠를 신은 채로 스키장비와 촬영 장비를 들고, TV에서 본 에베레스트를 오르는 등산가 의 모습을 연상하며 간신히 천지에 올랐다. 뼛속까지 추위를 느낄 정도의 기온과 거센 바람, 그리고 그보다 더한 화이트아웃에 가까운 짙은 안개. 어디가 땅인지, 어디가 천지인지 어디가 낭떠러지 절 벽인지 구분이 쉽게 되지 않는다. 그렇지만, 스키를 타기 위해 백두산 정상 천지에 올랐다는 사실에 가슴 이 벅차서 얼어붙는 손으로 평소처럼 캠코더 촬영, 디카 촬영, 폰 촬영 3가지를 정신없이 시작했다. 천지에서 블랙코스로 조금 내려오자 앞이 안 보이 게 시야를 가리던 짙은 안개가 서서히 걷히기 시작했 다. 시야가 좋아지면서 무릎까지 푹푹 빠지는 자연설 의 뽀드득거리는 느낌이 다가왔다. 자연설 스키의 특 성상 급경사 부분에서는 구름 위를 타고 내려오는 듯 한 황홀경에 빠지지만, 완경사를 만날 땐 스키를 옮 기기가 쉽지 않은 경우도 있다. 마침내 무사히 목표지점까지 내려왔다. 짙은 안개 때문에 천지의 눈 덮인 모습과 자연설의 다양한 코스 선택 기회는 만나지 못했지만, 예전에는 꿈에서도 상 상하지 못했던 민족의 영산 백두산 천지 정상에서 스 키를 타고 무사히 내려왔다는 자부심에 감사와 기쁨 이 넘쳤다. 백두산의 자연설은 일본 북해도의 크리스탈 파우 더와는 느낌이 달랐지만 그래도 기대 이상이었다. 코 스만 잘 선택한다면 자연설스키의 묘미를 충분히 만 끽할 수 있을 것이다. 하필이면 그때 모습을 감춰 흰 눈 덮인 천지의 아름다운 전경을 보여주지 않은 것은 조만간 다시 오라는 천지의 유혹이라 생각하며, 아쉬 운 백두산서파스키장을 뒤로한 채 어둠이 깊어진 백 두산 기슭의 눈길을 달리고 또 달렸다. 넷째날, 만달스키장 리프트 정상에서 본 백두산의 모습이 어제와는 달리 선명하게 보인다. 아쉽고 안타 까운 마음이 들었지만, 수시로 변하는 정상부의 날씨 때문에 아예 스노우모빌 운행이 금지되어 접근조차 못 해 본 팀에 비하면 그나마 다행스런 일이다. 조금은 정이 든 만달스키장. 대중목욕탕처럼 복잡 한 국내 스키장에 비해 엄청나게 넓고 경사도, 리프트 대기시간도 거의 없는 왕초보 슬로프에서 스키 입문 자들이 여유롭게 스키를 배우는 모습이 이색적이다. 이제 귀국을 위해 떠나야 할 시간이다. 리프트와 슬로프에서 만난 연길 사는 엄씨 아저씨, 한국말 소 리에 멀리서 달려와 스키하우스에서 반갑게 헬멧 렌 탈을 도와준 조선족 김씨 청년. 다들 우리 동포라 더 욱 정감이 가는 만달스키장과 백두산 백설의 잔치. 이 멋진 연회에 부지 중 초청받아 참여케 된 것은 인생 육학년이 시작되기 직전, 한 해를 마감하는 연 말의 가장 큰 선물이 아닌가 싶었다. 오는 2월 7일~23일, 러시아 ‘소치’에서 열리는 제 22회 소치동계올림픽을 기대하며, 눈이 거의 오지 않 는 남부지방 중소도시 ‘진주’의 시골 법무사를 백두산 팸 투어에 초청해 주신 관계자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75 수상 ●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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