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법무사 3월호
인문학의창 ② 노자가 도가적 ‘정치’ 실현을 이상으로 삼았다면, 장자는 도가적 ‘삶’의 완성에 초점을 맞춘 셈이다. ③ 『도덕경』은 주로 도의 ‘생(生)’하는 측면을 말하였 는데, 『장자』는 도의 ‘화(化)’라는 기능을 부각한다. 4. 대붕( 大鵬 )과메추라기 다음은 장자 소요유(逍遙遊)에 나오는 우화이다. 북쪽바다에 물고기 한 마리가 있었는데, 그 물고 기의 이름은 ‘곤(鯤)’이다. 곤의 둘레의 치수는 몇 천 리인지 알지 못할 정도로 컸다. 그것은 변해서 새가 되는데, 그 새의 이름은 ‘붕(鵬)’이다. 붕의 등은 몇 천 리인지 알지 못할 정도로 컸다. 붕이 가슴에 바람 을 가득 넣고 날 때, 그의 양날개는 하늘에 걸린 구 름같았다. 그 새는 바다가 움직일 때 남쪽바다로 여행하려고 마음먹었다. 메추라기가 대붕(大鵬)이 나는 것은 비 웃으며 말했다. “저놈은 어디로 가려고 생각하는가? 나는 뛰어서 위로 날며, 수십 길에 이르기 전에 숲풀 사이에서 자유롭게 날개를 퍼덕거린다. 그것이 우리 가 날 수 있는 가장 높은 것인데, 그는 어디로 가려 고 생각하는가?” ① 장자가 제안하는 초월론적 자리 대붕은 허구적 새고, 메추라기는 현실적 새다. 메 추리기는 스스로 자유롭다고 착각하는 우리의 모습 이고, 대붕은 초월적 자리에서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는 장자 자신을 의미한다. 즉, 장자는 오직 대붕이 되었을 때에만 장자일 수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대붕은 바로 우리 삶을 조망할 수 있는 초월론적 자리를 상징하기 때문이다. 어떤 사물을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그것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 다시 말해 세계를 비판적으 로 성찰하고, 객관적으로 보기 위해 우리는 현실로 부터 비약(飛躍)해 대붕으로 상징되는 초월적 자리 에 있어야만 한다는 것이다. ②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장자가 제안하는 그 자 리에 올라 설 수 있을까요? 장자는 2000년 전에 자 신이 창조한 대붕 이야기 속에 그 실마리를 상징적 으로 각인해 놓고 있다. 첫째, 대붕은 ‘자기변형(self transformation)’의 상징이다. 대붕은 한때는 메추라기보다 더 낮은 지 위에 있었던 물고기의 변형이다. 물고기가 메추라기 보다는 바닥과 지면에 더 많이 속박되어 있는 존재 이기 때문이다. 둘째, 대붕의 비행은 자유롭기보다 오히려 의존 적이다. 오직 ‘바다가 움직일’ 정도의 커다란 바람이 불 경우에만 비행할 수 있다. ③ 그런데 평범한 우리가 보기에는 스스로 자유롭다 고 믿는 것은 오히려 대붕이 아니고 메추라기다. 그 러나 자신의 삶을 비판적으로 성찰할 수 있을 때 우 리는 진정으로 자유로워질 수 있다. 이 점에서 볼 때 메추라기보다 대붕이 더 자유롭다는 것은 누구에게 라도 분명하다. 5. 장자가보내는오늘의메시지 구만리 창공을 자유롭게 떠다니는 대붕이 되고 싶 은가. 대붕이 되기 위해 처절하게 노력했던 곤(鯤)이 라는 물고기 있다는 사실을. 수천리가 되는 등판 길 이를 가진 대붕으로 자랄 때까지 얼마나 비좁은 바 『 』 2014년 3월호 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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