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법무사 3월호

능청스럽고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의 풍자와 해학 지금처럼 따뜻한 봄날이 기다려지는 무렵이면 명천 이문구 선생님이 더욱 그리워진다. 올해로 선생이 세 상을떠나신지 11년째. 내작은글방에서선생이주신 여러 책들 가운데 특별히 1999년 재출간한 그의 대표 작이자출세작인 『관촌수필』을다시뽑아읽는다. 『관촌수필』은 선생의 고향인 대천 갈머리(관촌부 락)를 배경으로 본격적인 산업화가 이루어지던 70 년대를 살아가는 마을 사람들에 관한 8편의 연작소 설로, 소설 속 갈머리 마을 사람들이 토해내는 능 청스러우면서도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가 이문구 식 풍자와 해학이 만나 흥겨운 마당놀이 한 판을 보는 것처럼 빠져들게 한다. 소설은 장천리 마을 이장을 지낸 소작농 이송학의 이야기로부터 시작한다. 이송학은 자기 명의로 외지 인 김 씨가 사들인 논 닷마지기를 소작하게 되는데, 마침 부동산실명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자 그 논이 통째로 자기 땅이 될 거라는 허황된 꿈을 꾼다. 그 논으로 오가는 길목, 버스정류장 옆 뚱뗑이네 주막집에서 주모 뚱뗑이와 이야기를 주고 받는다. “아침에 더운밥 얻어 자시고 싶걸랑은 니열버텀 이래두 아저씨네 새벽죙이나 제대로 치시는 게 나 슬규. 우리 집 새벽죙이냐 끄떡없으니께...” “시끄러워, 끄떡없는 것 좋아 하시네, 그게 끄떡 없는 거여? 끄떡도 하지 않는 거지.” - 「장천리 소 태나무」 중. 「우리 동네 류씨」의 주인공, 농부 류상범은 비극 적이고 씁쓸한 삶을 살아간다. 전국에 새마을 운동 이 한창이던 시절, 정부는 수확 증대를 위해 통일벼 와 노풍(벼) 재배를 강제로 밀어 붙인다. 정부 정책을 거부할 수 없었던 류상범은 더운갈 이 논 닷마지기 땅에 모두 노풍을 심는다. 병에 약 한 노풍은 도열병에 걸리고, 그는 독한 농약을 뿌리 다 농약에 중독되어 그만 쓰러지고 만다. 병석에 눕 게 된 그는 남정네 구실조차 못하는 신세가 된다. 류상범의 아내는 읍내에 나가 류쿠르트(야쿠르 트) 판매상을 하며 생계를 짊어지게 되고, 그 무렵 읍내에는 이쁜이 수술이 한창 유행한다. 마을 남정 네들은 추곡수매에서 재배한 벼가 모두 등외 판정 을 받아 실의에 빠지고, 한 해 농사로 번 얼마 되지 도 않는 수매대금을 읍네 선술집에서 술과 외도로 모두 탕진해 버린다. 류상범의 아내, 류쿠르트 류씨는 가자미눈을 뜨 고 남편에 맞서 소리친다. “이녘은 가끔 혓바늘 슨 디다 통꼬추 쩌개 붙이는 소리만 퉁퉁하더라. 여보, 종교는 이상이구 이쁜이 는 워디까지나 현실 아뉴, 이상과 현실은 엄연히 다른 겨. 그러나 저러나 뒷전에서 공중 그리지들 말고 우 리게 사람덜두 헐 사람은 헐 사람찌리 뫼서 슬슬 허는 겨. 이쁜이 수술은 자기 내외 좋자구 허는 거지, 누구 는남은돈놓을디읍서서남의손빌리려구그러간.” 어느 해 느티울 부락에는 심하게 수해를 입은 지 역의 구호를 위해 수재의연품을 모으라는 정부의 명 령이 떨어진다. 마을주민들은 반상회를 열고, 가구당 돈 6백 원 우리가꿈꾸는화해 이 규 환 ■ 법무사(서울중앙회) 법무사의서재 이문구의 연작소설 『관촌수필』 『 』 2014년 3월호 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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