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법무사 3월호
하 철 우 ■ 법무사(대구경북회) 메르세데스 소사의 「그라시아스 아 라 비다(Gracias a la vida)」 웃음과울음을내게준, 삶에감사합니다 ! 음악과인생 10여 년 가정폭력 피해자가 이혼하지 못하는 이유 4년제 대학을 나온 한 남성이 있다. 그 남성은 상업계 여고를 졸업한 한 여성에게 구혼하고 마침 내 결혼에 골인한다. 특유의 수완으로 사업에 승승 장구, 남자는 고급 승용차를 몰고 다니며 대구지역 정치권 인사와도 교분을 갖는 등 잘나가는 인물이 된다. 아내는 죽을 고생을 하며 이 남성의 내조에 최선 을 다했다. 큰 아들은 올해 고등학교 3학년, 작은 딸은 중3이 된다. 남편은 신경정신과에서 공식 진 단을 받은 '의처증 환자'다. 들려오는 소리로는 바람 도 핀다고 했다. 그는 상습적으로 아내를 심하게 구 타한다. 그가 내세우는 이유는 그의 증세로 미뤄보 아 보지 않아도 알조다. 이 여성과 몇 개월 전 이혼상담을 했다. 아니 이 여성과 이 여성의 집안 어른들과 이혼상담을 했다. 그녀의 발언권은 약하다. 언제나 오피니언 리더는 집안 어른들이다. 집안 어른들의 입장은 “끝까지 살 아라”, “아이들이 불쌍하다”이다. 물론 내 입장은 “헤어져야 한다”, “아이들도 그런 아버지와 같이 살 기를 원하지 않을 것이다”이다. 그렇게 그녀는 상담 을 받고 돌아갔고 다시 나에게 연락을 하지 않았다. 그렇게 수개월 후, 십 수 년 간 이어져온 극악한 상황이 최근 폭발해 버렸다. 남편은 아내를 거의 죽 음 직전까지 구타했고, 그녀는 친정으로 탈출했다. 그리고 그녀와 그녀의 친정 어른들은 다시 나에게 와서 이혼 상담을 하기에 이르렀다. 나는 친정 어른 들께 상담실에서 잠시 나가줄 것을 요청했다. 나와 그녀 사이에 흐르는 어색한 침묵을 깬 쪽은 그녀였다. 그녀의 입술은 구타로 여전히 붓기가 빠 지지 않은 채였다. “법무사님, 너무 힘들어요. 어떻 게 해야 하죠?” 그녀는 흐느꼈다. 나는 그녀에게 이 번에야말로 이혼을 감행할 절호의 기회이며 이혼 소송뿐 아니라 그간 입어온 신체적, 정신적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까지도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며 목에 힘을 주어 역설했다. 집안 어른들의 반응도 과거와는 달리 매우 긍정적이었다. 나는 소송 관련 정보를 수집했고, 이혼 위자료 재산분할청구의 소 를 제기했다. 그리고…. 예정된 시나리오대로 남편은 아내에게 무릎을 꿇 고 사죄를 읍소했음은 물론이다. 그 간사한 눈물이 라니…. 의외의 반응은 ‘집안 어른들’에게서 나왔다. 그녀에게 그들은 “저 사람이 뉘우친 것 같으니 다시 한 번 잘 살아보라”며 그녀의 등을 토닥이는 것이 아닌가. 뒤통수를 맞은 꼴이었다. 기가 막혔다. 십 수 년 동안 한 사람의 가슴 속에 묻혀 있던 상 처의 결정들이 그 간사한 눈물에 춘풍에 눈 녹듯 그 렇게 사르르 풀려버릴 수 있는 것인지, 과연 현실은 그렇게 녹녹하게 그녀에게 새로운 기회를 줄 것인 지. 그 간사한 눈물을 매단 남성과 함께 말이다. 그날 밤, 술을 마셨다. 정말 맛없는 닭갈비를 소 주와 함께 1차로, 2차는 바(bar)에서 세계의 각종 맥주를 홀짝였다. 그 바는 나의 단골집이다. 주인장 『 』 2014년 3월호 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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