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법무사 5월호
수상 가되면반드시먹어야한다. 이것이밥이다. 이것 이진저리나는밥이라는것이다.” 밥벌이의 지겨움에 치를 떤다고 말하면서 그렇다 고 그만둘 수도 없는 것이 “모든 밥에는 낚시 바늘 이 있어 밥을 삼킬 때 낚싯바늘도 함께 삼켜 밥이라 는 낚시 바늘에 일평생을 끌려 다녀야”하기 때문이 라고 그는 말한다. 우리를슬프게하는것들, 밥벌이의신성함 모든 인간은 개인의 생명을 유지하고 종족의 보 존을 위해 빵을 얻기 위한 작업에 열중해야 한다. 그래야만 역사는 문화와 문명으로 길이 남을 수 있 을 것이고, 세기를 거듭한 발전으로 그 시대의 최고 를 가능케 할 것이다. 이 모든 것이 밥벌이가 가져 오는 결과인 것이니 이는 지겨움이 아니고 신성함 이 아니겠는가! 어떤 사람들은 밥벌이를 위해 새벽 첫차를 타려 고 달리며 에스컬레이터 위를 걷고 있다. 새벽 인 력시장에서 가장 먼저 팔려가기 위해 맨 앞줄에 서 려고 발버둥을 친다. 일찍 일어난 새가 되어 벌레 를 잡으려고 쓰레기통을 뒤지고 있으며, 시장바닥 에 떨어진 물건을 주우려고 이 구석 저 구석을 뒤진 다. 할머니들은 얼굴이 새까맣게 타버린 흑노(黑奴) 의 얼굴로 재활용품을 찾아 이 거리 저 거리를 헤매 고 있는데, 이들이 과연 밥벌이가 지겹다고 말할 것 인가? 모든 밥벌이는 그 가치가 동일하여야 한다. 글을 쓰는 건 고상한 밥벌이라서 “아, 지겹다”고 말하며 연필을 내려놓을 수 있다면, 쓰레기를 줍는 밥벌이 도 “아, 힘들다”면서 대바구니를 내동댕이칠 수 있어 야 한다. 그러나 그들은 연필을 영원히 내려놓을 수 없을 것이고 대바구니를 영원히 내동댕이칠 수는 없 을 것이니, 그들은 개인적으로는 생명을 유지하여야 하고 종족적으로는 그 보존을 위해 열심히 일해야 하는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모든 밥벌이는 동일한 노동가치로서 신성한 것이 되어야 한다. 나의 오후는 이렇게 하여 서서히 퇴근시간으로 연결되고 있지만 흐르는 시간을 저만치 보내면서 나는 문득 서글퍼지는 마음을 어찌할 수 없다. “나무가항시하늘로향하듯이발은땅을딛고도 우리별을쳐다보며걸어갑시다.명예가남보다뛰 어나본댔자,친구보다좀더높은자리에앉아있어 본댔자, 또미운놈을혼내준다는것, 그까짓것들 이다무엇입니까?술한잔만도못하는하찮은것 들입니다.나무가항시하늘로향하듯이발은땅을 딛고도우리별을쳐다보며걸어갑시다.” 왜 문득 노천명의 시, 「별을 쳐다보며」가 생각났 을까. 오늘 나의 오후가 너무 비참하다고 생각되었 던 것일까. 5,000원의 돈이 나를 슬프게 한 것인가. 안톤 슈낙도, 돈 5,000원 아끼겠다고 어느 오후 고 관절이 아파 쩔뚝이는 다리를 무시하고 걷는 것은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이라고 말할 것인가? 인간의 모든 행위는 저 산 너머 있다는 행복을 갈 망하고 있다고 한다. 과연 저 산 너머에 행복이 있 기는 한 것일까. 아니다. 행복은커녕 시지프의 부조 리만 있는 것은 아닐까. 까뮈는 바위를 정상(頂上) 에 올려놓을 수 없음을 말하면서 바위를 밀고 정상 으로 올라가고 있는 그 과정에서 행복을 찾아야 한 다고 말한다. 하지만 과연 인간에게 정상의 행복이 허여(許與)될 수는 있는 것인가. 나는 오늘 번 돈 5,000원을 손에 들고 박목월의 “강나루 밀밭 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길은 외줄기 남도 삼백리. 술 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녁놀”이라고 외면서 결코 유장(悠長)하지 못한 오 늘 하루를 마감하기로 한다. 『 』 2014년 5월호 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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