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법무사 5월호
69 인문학의 창 통념을 비틀어서 얘기하고 역설은 기존의 통념을 반 대로 전복한다. ▶ 『열하일기』와 21세기의조우 연암이 하룻밤에 강을 아홉 번이나 건너다보니 강 물에 떨어지면 죽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이 때 지성의 정수를 모아서 터득한 게 “이제야 도를 알았 도다. 명심(冥心)이 바로 도다.” 여기서 명심은 이목 (耳目)에 사로잡힌 분별명상의 허황한 불빛이 커진 상태다. 그러면 내면의 빛이 나온다. 연암은 평정을 얻은 뒤 자신이 깨달은 도의 경지 를 다음과 같이 표현한다. “…말의재갈을풀어주고강물에떠서안장위에 옹송그리고앉았다.한번떨어지면강물이다.그땐물 을땅이라고생각하고물을옷이라고생각하고물을 몸이라고생각하고물을내마음이라고생각하리라는 깨달음에도달하니까하룻밤에아홉번강을건너는 데도방안궤석( 几 席)에앉아있는것처럼편안했다.” 자기 존재의 완벽한 탈영토화,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운 존재가 되는 길을 알려준다. 어디에 있어도 자신의 몸과 마음을 열어서 접촉하고 아무런 집착과 미련 없이 또 다른 곳으로 갈 수 있는 적대적 관계로부터 해방(解放)되는 자유공간을 발견했음을 의미한다. 연암에게는 여행은 곧 길이요, 길은 곧 삶이고, 삶 은 곧 길이었다. 연암이 보여준 여정과 행로가 21세 기적 삶의 비전이 될 수 있었으면 한다. 바야흐로 디지털 문명의 도래와 더불어 20세기를 지배한 분할과 경계들은 여지없이 동요되고 있다. 주체와 객체, 자연과 인생, 기계와 인간 등등. 이 ‘썰 렁’한 이항대립을 가로질러 그 ‘사이’를 유영할 수 있 는 ‘삶의 기예’가 절실한 시점이다. 그런 점에서 『열 하일기』와 21세기의 조우는 이제 막 시작된 셈이다. ▶ “ 신열하일기( 新熱河日記 ) ” 를기대하면서 연암이 『열하일기』에 담아 후세에 전하려 한 것은 궁극적으로 부강한 국가건설과 백성의 삶을 증진시 키는 이용후생과 실사구시 정신이었다. 올해로 수교 22년을 맞는 한·중 관계는 세계외 교사에서 유래를 찾아보기 힘든 만큼 빠른 관계발전 을 가져와 지난해 양국 간에 교역액은 2,700억 달러 를, 인적교류는 800만을 넘어섰다. 한중관계가 이처럼 깊이 있게 발전했음에도 불구 하고, 연암이 걸었던 한 쪽 길은 여전히 막혀있다. 연암이 『열하일기』를 쓴 지 올해로 234주년인 지금, 한반도와 동북아는 한국을 거쳐 중국대륙 그리고 유 라시아로 연결되는 새로운 연암로드의 개통을 필요 로 하고 있다. 그 길은 어느 한 방향이 아닌 상호공생과 공영의 방향이며, 미래의 평화를 여는 길이어야 할 것이다. 그 날이 빨리 와서 남북통일과 동북아번영 그리고 세계평화가 함께 하는 신열하일기가 쓰일 수 있기를 기대한다. 참 고 문 헌 • 고미숙강의(플라톤아카데미동양고전프로그램) • 『인문학명강』(21세기북스) 고미숙편 p. 373~398 • 『삶과문명의눈부신비전열하일기』 고미숙지음, 박지원원저 • 『두개의별두개의지도』(북드라망) 고미숙지음 • 『우리선비』(현암사) 정옥자지음 • 기타(고대교우회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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