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법무사 5월호

75 법무사의 서재 “카뮈는 여기에 멈추지 않고 그저 절대자가 벌하는 숙명에 순종하기보다 분연히 반항할 것을 요구한다. 영원과 순간, 불멸과 필멸, 무한과 유한, 이러한 이율배반적인 부조리와 모순에 맞서 인간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는 길은 무기력한 자살이나 종교로의 도피가 아니라 이에 당당히 맞서는 것이라는 얘기다.” 망을 부르고, 이것을 충족시키고 나면 어김없이 권 태와 공허가 찾아와 또 다른 갈망을 갈구하게 된다. 이것은 유한하고 불안전한 인간 조건에서 비롯된 거부할 수 없는 숙명이다. 따라서 인간은 늘 세계와 갈등을 빚고 이율배반 적인 관계에 놓일 수밖에 없다. 이를 해결하는 방법 은 이 조건을 순순히 받아들이거나 또는 문제 삼지 않거나, 그것도 아니면 절대자의 존재를 인정하고 그에게 순종함으로써 인간의 힘으로 증명할 수도, 해결할 수도 없는 이 문제를 과감하게 떨쳐 버리는 것이다. 이러한 인간의 부조리한 삶은 자신의 존재 이유 를 알고자 하는 인간의 외침과 세계의 불합리한 침 묵에서 비롯된다고 카뮈는 역설한다. 결국 이것이 카뮈가 말하는 인간의 숙명이며 부조리이다. 그러나 카뮈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그저 절대자 가 벌하는 숙명에 순종하기보다 분연히 반항할 것 을 요구한다. 영원과 순간, 불멸과 필멸, 무한과 유 한, 이러한 이율배반적인 부조리와 모순에 맞서 인 간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는 길은 무기력한 자살이 나 종교로의 도피가 아니라 이에 당당히 맞서는 것 이라는 얘기다. 이러한 관점에서 흥미로운 것은 역시 뫼르소가 사형을 당하는 과정이다. 검사가 뫼르소의 영혼에 대해 언급하는 부분은 무모하기도 하고 유치해 보 이기도 한다. 직업윤리에서 비롯한 것인지 알 수 없 으나 예비판사는 뫼르소의 반성과 회심을 이끌어내 기 위해 은십자가를 보여주며 하느님의 사랑을 강 조한다. 하지만 이는 뫼르소의 부조리한 삶에 저항 하는 태도를 더욱 분명하게 보여주는 소설적 효과 일 뿐이다. 뫼르소가 보통 인간이 가지는 생각 그 이상으로 수감생활에 익숙해 가는 모습도 지나치게 작위적이 라는 생각도 해보지만, 작가의 의도에서 보면 수긍 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 이방인의 작품 의도가 고스란히 반영되어져 있는 부속사제와 뫼르소의 대화도 흥미롭다. 부속사제는 뫼르소에게 하느님의 도움과 종교로 귀의할 것을 수없이 권유하지만 냉철한 뫼르소는 그런 일에 시 간을 허비할 이유조차 없다고 단호히 거절한다. 이는 부조리한 인간 삶에 대한 카뮈의 생각과 태 도를 여과 없이 보여 주는 대목으로, 이 소설의 하 이라이트가 아닐까 싶다(실존주의 문학이 무신론에 그 뿌리를 두고 있는 점을 감안해 볼 수 있다). 끝으로 뫼르소가 사형에 임하면서 “나에게 남은 소원이란 내가 사형집행을 받는 날 많은 구경꾼들 이 와서 증오의 함성으로 나를 맞아주었으면 하는 것뿐이다.”라는 의미심장한 멘트는 소설 시작에서 “오늘 엄마가 죽었다.”로 시작하는 충격적인 표현 과 더불어 카뮈의 설명대로 내적인 광채가 제한되 지 않은 채 요약되는 다이아몬드의 면과 같은 의미 심장한 수사(修辭)다. 가장 적게 말하면서 가장 많 은 것을 암시하는 카뮈 자신만의 독특하고 진정한 목소리인 것이다. <참고> ‌ • 알베르까뮈 『시지프의신화』, 『전락』 • 토마스불핀치 『그리스로마신화』

RkJQdWJsaXNoZXIy ODExNj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