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법무사 6월호

70년대, ‘난장이’로 상징되는 가난한 삶 그려 조세희의 연작소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이하 ‘난쏘공’)은 1978년 문학과 지성사에서 초판 1쇄를 발행했다. 1975년 12월 『문학사상』에 발표한 「칼날」을 시작으로 3년여 후 『창작과비평』 여름호에 발표한 「내 그물로 오는 가시고기」를 마지막으로 총 11편의 중·단편을 묶은 단행본이다. 난쏘공은 최근까지 모두 75만 여 권이 팔렸다. 팔린 책의 숫자로만 본다면 그리 많은 부수는 아니 지만, 최근까지 184쇄의 출판 인쇄기록을 세운 것 은 소설 단행본으로서는 최고의 기록이다. 그래서 2002년 문학계에서는 난쏘공을 20세기 한국을 대 표하는 최고의 소설로 선정하고, ‘현대의 고전’이라 는 영예까지 안겨주었다. 소설의 주 무대는 1970년대 거대도시 낙원구 행 복동의 재개발 철거촌 달동네와 산업화의 상징도 시인 공장지대 은강市다. 등장인물은 키 117센티 미터에 몸무게 32킬로그램, 쉰두 살의 수도수리공 난장이와 그의 다섯 가족, 그리고 그의 주변 사람 들이다. ‘난장이’로 상징되는 가난한 자와 거인으로 상징 되는 부유한 자 사이의 대립을 바탕으로 1970년대, 도시화로 인해 점점 더 벼랑으로 내몰리는 도시 빈 민의 처참한 생활상과 노동환경, 주거문제, 노동운 동 등을 그린다. 소설에서 조세희는 작품 기법이나 성격에서는 낭 만주의적 요소를, 주제에서는 사실주의적 관점을 주로 사용한다. 특히 서술과정에서 시제는 과거와 현재가 중첩적으로 나타나고, 이야기에서 자칫 감 상적이거나 감성에 치우칠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소설 속 분위기를 환상적이고 몽환적으로 환치시키 는 기법을 사용하고 있다. 시점의 빈번한 이동 등도 눈여겨 볼 부분이다. 두 아이가 굴뚝 청소를 했다. 한 아이는 얼굴이 새까맣게 되어 내려왔고, 또 한 아이는 그을음을 전 혀 묻히지 않은 깨끗한 얼굴로 내려왔다. 어느 쪽 아이가 얼굴을 씻을 것이라고 생각하는가?라는 교 사의 물음에 대한 답변은 간단하다. 두 아이는 함께 똑같이 굴뚝을 청소했다. 따라서 한 아이의 얼굴이 깨끗한데 다른 한 아이의 얼굴은 더럽다는 일을 있 을 수 없다. - 「뫼비우스의 띠」 과학자가 대롱 벽에 구멍을 뚫어 한쪽 끝을 그 구 멍에 다시 넣어 만든 ‘클라인 씨의 병’을 난장이 큰 아들에게 보여준다. 이 병은 뫼비우스의 띠처럼 ‘안 팎이 없고 닫혀있는 공간’, ‘안팎이 없는데 닫힌 공 간’으로 그 안팎을 정확히 구분할 수가 없다. 과학 자는 클라인 씨의 병의 의미를 난장이의 큰 아들에 게 묻는 것이다. 생각에 생각을 거듭한 끝에 난장이 의 큰 아들은 이 병에 대하여 옳은 답을 얻는다. “이 병에서는 안이 곧 밖이고 밖이 곧 안입니다. 안팎이 없기 때문에 내부를 막았다고 할 수 없고, 여기서 갇힌다는 게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벽만 따 라가면 밖으로 나갈 수가 있죠. 따라서 이 세계에서 갇혔다는 그 자체가 착각이예요”라고 대답하자 과 학자는 “그대로야”라고 답한다. - 「클라인 씨의 병」 이 규 환 ■ 법무사(서울중앙회) 법무사의서재 조세희의 연작소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소설적정의와사회적정의 『 』 2014년 6월호 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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