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법무사 6월호

“어쩌면 장애인일지도 모르는 우리가 우리 이웃을 너무 쉽게 장애인이라고 속단한 것은 아닌가. 조세희는 소설 속에서 난장이나 꼽추, 곡예사, 약장수를 비롯한 장애인들이나 소외된 계층을 등장시켜 우리 사회의 오해와 편견을 우회적으로 또는 은유적으로 지적하고 있다.” ‘약자의 삶 ’을 돌봐야 할 의무 우리는 불행하게도 뫼비우스의 띠나 클라인 씨의 병처럼 옳고 그름을 논리적으로나 이성적으로 명확 하게 분별할 수 있는 눈이나 정신을 가지고 있지 못 한 것 같다. 상식적으로 생각한다면 얼굴에 그을음이 묻은 아 이보다 그을음이 묻지 않은 아이가 얼굴을 먼저 씻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으나, 정작 얼굴을 씻어야 할 아이는 그 사실조차도 모르고 있을 것이다. 일반인이 장애라고 생각하는 장애를 정작 장애인은 장애로 여 기지 않고 자연스럽게 살아가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쩌면 장애인일지도 모르는 우리가 우 리 이웃을 너무 쉽게 장애인이라고 속단한 것은 아 닌가. 조세희는 소설 속에서 난장이나 꼽추, 곡예 사, 약장수를 비롯한 장애인들이나 소외된 계층을 등장시켜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오해와 편견을 우회적으로 또는 은유적으로 비판하고 있다. 이 소설의 핵심에 해당하는 중편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에서 난장이네 다섯 식구들은 조각마 루에서 보리밥에 까만 된장, 그리고 시든 고추 두어 개와 졸인 감자로 아침 식사를 하고 있다. 이때 통장이 철거 계고장을 가져왔다. 행복동 재개 발지역거주철거민들에게 ‘딱지’라는입주권이주어지 고대부분의주민들은이딱지를투기업자에게판다. 끝내 갈 곳 없는 난장이네 집도 이십오만 원에 딱 지를 팔고 행복동을 떠나고 가족은 해체된다. 그러 나 흩어진 난장이네 딸 영희가 생존을 위해 투기업 자 사내에게 매수를 자청해 접근한 뒤 가족이 판 입 주권을 금고에서 훔쳐 나와 그 권리를 되찾는다. “영희는 울었다. 그렇지 않아도 어렸을 때부터 영 희는 잘 울었다. 울지 마, 영희야. 자꾸만 울음이 나 와. 그럼 소리 내지 말고 울어. 우리 가족들의 옷에 는 주머니가 없다. 돈도 넣어 주지 못하고 먹을 것 도 넣어줄 게 없어서다. 나는 인쇄공장에서 노비문 서를 조판한 일이 있었다. 우리 조상은 세습하여 신 역을 치렀다. 우리 조상은 상속, 매매, 기증, 공출의 대상이었다. 아버지는 늘 책을 읽고 있다.” -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 마지막 「내 그물에 모여드는 가시고기」에서는 난장 이를 비롯한 다섯 식구들과 그와 대칭되는 부자, 은 강그룹과의 대립을 그린다. 할아버지 때로부터 막대 한 부를 대물림 받아 부귀영화를 누리며 일반적인 보 통 사람들과는 다른 삶을 살아가는 은강그룹 사람들. 난장이 가족은 이들과의 갈등과 대립을 대화를 통해 해결하려 하지만 좌절된다. 난장이의 큰 아들 은 회장의 동생을 살해하고, 그 형벌로 사형을 선고 받는다. 여기서 소설 속 화자가 난장이의 큰아들이 아니라 은강그룹 회장의 둘째아들이라는 것도 의외 의 구조다. 소설의 본분은 인간의 삶을 투영하는 것이다. 그 속에는 사회적 약자와 소외된 사람들의 고단한 삶 이 있고, 우리에게는 이들을 보살피고 돌보아야 하 는 의무가 있다. 이것이 곧 소설적 정의이고, 사회 적 정의가 아니겠는가. 이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우 리가 존재한다. 우리는 모두 함께다. 69 법무사의 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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