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법무사 6월호
하 철 우 ■ 법무사(대구경북회) N.E.X.T.의 「날아라 병아리」 굿바이 , 이젠아픔없는곳에서 날고있기를 ! 음악과인생 내가 아주 작을 때나보다 더 작던 내 친구 봄이 오기 무섭게 뒷산으로 꽃을 꺾으러 다니던 시절이 있었다. “넌 사내자식이 계집애처럼 꽃을 좋아하는 거야?” 내 더벅머리를 쓰다듬으며 외삼촌이 말했다. 사 이다 병에 꽂힌 진달래가 외삼촌이 뿜어대는 담배 연기에 하나 둘 고개를 숙일 때면 나도 모르게 눈물 이 핑 돌았다. 하굣길, 집에 가는 길목을 지키고 선 병아리 장사 치들의 발치 아래 놓인 누런 종이박스 안에서 삐약 삐약 우는 샛노란 병아리들을 발견했을 때의 경이 로움이란. 그때는 몰랐다. 그놈들이 모두 수놈인데 다가 원래는 돼지들의 식용사료(산채로 먹잇감으로 던져진다)로 처분될 운명을 살짝 벗어나 우리들의 손아귀에 쥐어졌다는 사실을 말이다. 아이들이 어른이 되기 전에 책임질 생명을 경험 해 본다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다. 대 개의 어린이들은 장차 부모가 되어 아이를 출산하 고 양육할 책임을 지게 될 터이니 말이다. 내가아주작을때나보다더작던내친구.내두 손위에서노랠부르며작은방을가득채웠지.품에 안으면따뜻한그느낌. 작은심장이두근두근느껴 졌었어. - N.E.X.T. 「날아라 병아리」 중에서. 나에게도 병아리를 키운 경험이 물론 있다. 정확 하지는 않으나 대략 초등학교 4학년 무렵 하굣길에 병아리 두 마리를 사 왔던 것 같다. 집으로 돌아오 기까지 나의 작은 손아귀 안에서 추운 듯 떨고 있는 작은 온기가 내 마음까지 훈훈하게 해주며 야단맞 을 것이란 두려움을 잊었던 것만큼은 생생하게 기 억난다. 나에게 생명이란 그렇게 따스한 체온을 나 눌 수 있는 상대를 의미하는 것이었다. 저녁 밥상머리에서 어머니로부터 야단을 좀 맞은 뒤였다. 아버지가 나를 부르시고는 내게 구겨진 천 원짜리를 주시면서 “이 돈으로 내일 병아리를 몇 마 리 더 사오라”고 시켰다. 무슨 생각에서 그러하셨 는지 지금은 여러모로 이해가 가지만 그 당시만 하 더라도 나는 어렸으므로 다만 심부름이라 생각하고 다음 날 하굣길에 병아리 열 마리 정도를 더 사왔다 (한 마리에 50원이었던 걸로 기억된다). 우리 함께 한 날은 그리 길게 가지 못했지. 어느 밤 얄리는 많이 아파 힘없이 누워만 있었지. 슬픈 눈으로날갯짓하더니새벽무렵엔차디차게식어있 었네. 집에 돌아와 보니 어제 사온 병아리는 전부 죽어 버리고 말았다. 나는 그 가볍고 유순한 것들의 생환 을 기도하며 차가운 병아리들을 가슴에 품고 엉엉 『 』 2014년 6월호 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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