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법무사 6월호
김 청 산 ■ 법무사(서울중앙회) ·본지편집위원 ·연극배우 삶의 선택 속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변주를 담은 ‘로맨스 스토리’ 영국의 젊은 작가 닉 페인(Nick Payne)의 흥행작 「별무리(Constellations)」는 양봉업자 롤란드와 양자우주 학자 마리안의 로맨스를 바탕으로 다양한 삶의 가능성 속에서 끝없이 변주되는 이야기를 펼쳐나가는 독특한 전개방식과 세련된 지적 은유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마리안은 “팔꿈치를 핥을 수 있으면 불멸의 삶을 살 수 있다”는 능청스런 첫 대사 로 롤란드에게 다가간다. 팔꿈치의 끝부분을 핥을 수 없다는 것은 인체구조상 자명 하고, 키나 체형과 상관없이 불가능하다. 그러나 마리안은 이 첫 대사의 조금씩 다 른 버전으로 롤란드에게 말을 건네고, 롤란드 역시 무관심에서 조금씩 바뀌는 반응 으로 친밀감을 형성해 간다. 극이 끝날 때까지 두 사람은 같은 상황과 상대에 대해 서너 가지의 버전으로 피드백을 주고받는다. 볼룸 댄스 교습소에서 만나 다시 데이 트를 시작할 것을 묻는 사람도 바뀌고, 그에 대한 수긍과 거절의 계기도 달라진다. 섹스에 대한 서로의 기대와 반응도 바뀐다. 어쩔 때는 남자가 화를 내고, 어떤 때는 여자가 매달리고…. 이렇게 시종일관 웃음을 주는 장면의 전환과 배치를 통해 절대로 연결되지 않는, 하지만 매번 다른 선택으 로 다르게 펼쳐지는 수많은 현재와 미래의 층위가, 셀 수 없이 많이 다른 차원에서 존재할 수 있다는 평행우 주론, 또는 다중우주론의 의미를 이야기한다. 마리안은 이 이론을 소개하며 롤란드와 자신의 만남을 이끌어 간다. 둘의 사이는 언제든 소멸되어 버릴 수도 있는 운명이지만, 서로의 노력으로 조금씩 그 간격을 줄여 나 간다. 슬픈 이별 후에도 다시 두 사람의 재회를 반추한다. 다시 만날 수 없게 된 사람들도, 기억에서는 그 유 일한 순간을 절대적으로 다시 마주치게 된다. 이 연극은 사랑 이야기지만, 특히 남녀의 사랑 이야기만은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매번의 선택이 다르 고, 그 결정이 가져오는 미래도 다를 수밖에 없다. 둘은 싸우기도 하고 헤어지기도 하지만, 종내는 서로에 대 한 지향을 관철하게 되고 결국 마리안의 최후라는 사건을 바꾸지는 못한다. 마리안은 말한다. “떠나간 그 사 람을 기린답시고, ‘그분은 대단한 투사셨어요.’라고 말하는 것들, 풍선을 잔뜩 사서 불어가지고 병실에 매달 아 놓는 행위들, 정말 촌스런 짓들이야. 당신, 나한테 그러기만 해봐. 가만 안...” 웃음과 반짝이는 눈물의 순 간, 필자도 완전히 감정이입이 되어서 눈물을 훔치고 말았다. 필연(inevitability)의 반대말은 우연(coincidence)이라고들 한다. 과연 그럴까? 어떤 면에서 둘은 동의라 는 생각이다. 없는 일은 없는 것이다. 둘 다 있는, 생기는 일이다. 선택된 우연이 필연이고, 우연을 전제로 하 문화가산책 ▶ 연극 예술의 전당 기획공연 「별무리(Constellations)」 “당신은우리의모든시간들을 가지고있을거야…!” 『 』 2014년 6월호 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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