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법무사 7월호
눈고장의 풍경, 감각적묘사압권 가와바타 야스나리(1899~1972) 의 소설 「설국」의 무대는 일본에서 눈이 많이 내리는 니가타 현 유자와 온천지역이다. 눈이 내리기 시작할 무렵, 산으로 둘러싸여 있는 한 적한 시골 마을. 시마무라가 3등열차를 타고 이 눈의 고장 온천장으 로여행을한다. 게이샤고마코를만나기위해서다. 계절이 바뀌기 전 신록이 무성할 때, 무위도식으 로 무기력증에 빠져 있던 시마무라는 답답한 현실에 서도피해일주일여니가타현의산들을타다가온천 여관으로 내려와 게이샤 동기(童妓) 고마코를 만나게 되었던것이다. 나뭇잎이우수수떨어지고바람이차가워질무렵이 면 으스스하게 흐린 날들이 계속된다. 눈을 재촉하는 흐린 날씨다. 멀고 가까운 높은 산들이 하얘지는 ‘타 케마와리(嶽廻)’가 시작된다. 바다가 있는 고장에선 바다가 울고, 산이 있는 곳에서는 산이 운다. 우렛소 리와 같은 이것은 ‘도나리(胴鳴)’라고 한다. 이곳 사람 들은 타케마와리를 보고 도나리를 듣고서 이제 눈이 머지않아내릴것임을짐작한다.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눈의 고장이었다. 밤 의밑바닥이하얘졌다. 신호소에기차가멈춰섰다.” 이렇게 시작하는 소설의 첫 장면에서 시마무라는 처 녀요코가신호소의유리창을열고얼굴을내밀며한기 속에서역장을부르는소리를듣는다. 차창으로비쳐지 는 요코의 아름다움과 스쳐가는 풍경들에 대한 가와바 타의표현은너무미학적이어서도리어관능적이다. “처녀의 얼굴 한가운데에 산야의 등불이 켜졌을 때엔, 시마무라는 형언할 수 없는 아름다움으로 가 슴이 설렐 지경이었다. 멀리 내다보이는 산 위의 하 늘은 아직 저녁놀의 잦아져 가는 빛깔이 아련하게 남 아 있었으므로, 유리창 너머로 바라보이는 풍경은 먼데까지 형상이 지어지지 않았다. 그럴 때에 그녀 의 얼굴 가운데에 등불이 켜진 것이다. … 차갑고도 먼빛이었다. 작은 눈동자의 언저리를 발그레하게 밝혀 주면서 마침내 처녀의 눈과 불빛이 겹쳐지는 순간, 그녀의 눈은 땅거미의 물결사이에 떠 있는 기묘하게 아름다운 야광충이었다.” 석양에 젖어드는 등불과 어우러져 영화의 이중노 출 영상처럼 비쳐오는 이런 감각적인 풍경이 아니더 라도, 눈발이 어지럽게 휘날리는 적막한 시골 산길 을 기적도 울리지 않고 덜컹덜컹 휘적휘적 기어가는 기차를 연상해 보면 누구나 손쉽게 한 폭의 풍경화를 그릴 수 있을 것이다. 소설에서 시마무라는 일본 전통음악이나 춤, 민중 연극 가부키, 그리고 가부키의 무대 위에서 연출되 는 일종의 무언극과 같은 무용극 ‘쇼사고토’에 심취 하기도 하고, 특히 서양무용에 관심과 조예가 깊어 프랑스 문인들의 무용론을 번역하기도 한다. 방랑자와 거리의 직업여성과의 사랑, 소설이 쓰인 이 규 환 ■ 법무사(서울중앙회) 법무사의서재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소설 「설국」 너무 미학적이어서 관능적인…! 『 』 2014년 7월호 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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