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법무사 7월호
그녀는 내 꿈으로 인도되어 그 꿈속에서만 비로소 관계 맺을 수 있었다. 그녀는 내 손을 잡고 큰 소리로 웃었다. 상상 속에서 나와 그녀는 평안한 산책을 하기 도했고, 서로열정적으로엉켜붙기도하였다. 황홀했 다. 다음날 그녀와의 뜨거웠던 밤을 곱씹으며 낯을 붉 히기도했다. 그리고마침내나는결심한다. 용기를내 야만한다. 그녀를향한열망을현실화하여야한다. 그녀를갖고싶었다. 꿈바깥에서. 정말멋진연애를 해야겠다고마음먹었다. 그리고그녀에게편지를보내 기 시작했다. 마침내 어느 날 저녁, 학교 한 귀퉁이에 서, 거짓말처럼, 아니환각처럼, 그녀와얼굴을맞대고 대화를나누었다. 힘겹게내쪽에서먼저입을열었다. “1년 동안 그쪽을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녀는 냉랭한 어조로 대꾸했다. “미친 새끼 아냐? 다시는 이런 미친 짓 하지 마, 병신아!” 실패가 두려워 꿈꾸기를 멈추어선 안 된다! 우리 눈을 못 뜨게 하면서 감각은 한 무리의 새떼 처럼 연인의 눈부심 속에서 펄럭 날아오른다. 그 감 정의 수풀 속에서 사실은 덧없는 사랑의 동요가 둥 지를 틀고 있다는 걸 알아채지 못한다. 연애는 그리 고 사랑은 일반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한다. 사랑은 원래 그러하지 않은가! 그러나 그 때 나는 이런 사실 을 몰랐고 그리고 그 때 내 나이 겨우 열여덟이었다. 망가진 꿈, 환멸 앞에서 나는 무덤 속의 시체처럼 그 자리에 얼어붙어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날 이 후로 나는 자전거를 타고 등하교를 하기 시작했다. 내 눈초리가 달라졌다. 그 실패한 짝사랑이 박박머 리 청년에게 삐죽 내민 깨달음의 파편이란, 인생의 꽃이라고 불리는 ‘연애’에 대해 냉엄한 시선으로 쳐 다보게 된 것. 연애가 못미더우니까, 그것으로 내가 다칠 수도 있으니까, 내 몸 내가 챙기자는 가장 자 연적인 생존본능이 발동하였다. 현대 일본의 본격적인 에세이스트 모리 아리마사 는 체험은 '막힌 경험'으로, '열린 경험' 즉 경험과 구 분된다고 주장했다. 물에 빠져 죽을 뻔한 과거를 체 험으로 느낀다면 물 곁에 다가가지 않고 공포의 대 상으로만 여길 것이나, 경험으로 받아들이면 수영 을 배울 것이고 물을 극복하고 즐길 것이다. 나는 실패한 연애를 ‘체험’으로 받아들였다. 한참 동안을 나는 연애에 눈 감고 지냈다. 꿈꾸기를 멈추 었고 삶은 황폐해져갔다. 나는 짝사랑의 실패를 경 험으로서 수용해야만 했다. 짝사랑의 순간이 아름 답게 불타올랐다면 환멸로 종결되었더라도 충분히 행복한 경험이었던 것이다. 실패가 두려워 꿈꾸기를 멈추어서는 안 된다. 순간 순간 아름답게 불타오르기만을 꿈꾸고 고대하면 된 다. 아름답게 살아있다는 것과 꿈을 꾼다는 것은 지 극히 합당한 동의어이다. 삶이 나를 냉혹하게 버릴지 라도 나는 언제나 인생에 대한 짝사랑을 꿈꾸는 사람 이고 싶다. 매순간 어린아이이고 싶은 것이다. 난 또 무슨꿈을꾸는가. 심호흡을한번크게해야겠다. 71 음악과 인생 캐롤 키드 <에필로그> 1년 연재를 마치며 글과 음악으로 독자 여러분들께 나지막한 희망을 전하 고 싶었습니다. 뒤로 가나 앞으로 가나 우리들 모두 둥근 공처럼 생긴 별에서 삽니다. 반드시 만나게 될 겁니다. 언제 어디에선가. 그 때 아는 척 해주세요. 졸고 읽어주 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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