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법무사 9월호

비웃음으로 정당화하고 넘어가긴 곤란하다. 우리 사회 기득권을 가진 위정자들의 뒤틀린 자의식에 대한 비꼼만 이 아니라, 스스로 아니라고 부정해도 피해가기 어려운, 내 것에 대한 욕심과 이기심을 부인할 수 없을 때, 이 극 은 정치적 풍지를 넘어 실존적 반성의 계기로 다가온다. ‘‘요시’’, “이빠이’’, "간빠이’’, ”칙쇼'’를 외쳐대는 세태에 대한 통탄으로 그칠 일이 아니다. 친일파가 정리되지 못하고 여전히 득세하는 현실, 각종 인명사고와 총리 후보들의 자격미달로 인한 줄사퇴, 아들이 군대에서 저지 른 가혹행위에 대해 사과하는 도지사, 교황이 방한하여 내 죄를 씻어준 것처럼 무작정 환호하는 현상의 이면(裏 面)에, 아름다운 것, 대단해 보이는 것, 지금 주류인 것에 대한 향수와 열패감이 자리하고 있다면, 한민족의 역사 와 핏줄을 부정하고 만주전선에서 장교가 되고 싶어 일본도를 휘두르지만 김치와 된장을 먹지 않을 수 없는 아 스카의 이율배반적인 성정(性情)과 다를 바가 없는 것이다. 무조건적인 긍정도, 절대적인 부정도 우리가 택할 바는 아니다. 나이되 나를 뛰어넘으려는 끊임없는 반성, 생 각 후의 행동과 행동 후의 생각이 필요할 것이다. 우리는 무언가 근사해 보이기 위해 나의 뿌리에 대해 고개를 가로저으며 다른 폭군의 편에 서고 있는 것은 아닌가. 며4 R1 넥gaI 伊羽가다린1H 우1-1둔으I 1-1!,I으l44 円산 처음의 웃음과여기서 계속파생되어 나오는꼬리를무는코믹한장면은, 나 중에 대단한 반전과 역전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에 입을 틀어막게 만든 다. 하지만 이것이 이 극의 소재이자 주제라는 것을 알면, 그때부터는 실컷 웃 어도 된다. 그들은 주인공이지만, 우리가 아닌 저들을 보여주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완벽한감정이입은 어렵다. 극단골목길의 대표이자상임연출가이고작가이기도한박근형은, 가족이라 는 소재를 잘 버무려 사회의식으로까지 연결하는 데 있어 발군의 실력을 보여 왔다. 이번 작품도 특유의 풍자의식으로 역사적 상상과 현실 문제와의 연결고 리를 자칫 위험해 보이는 수위까지 적나라하게 드러내 보여주고 있다. 배우들의 표현력과 앙상블도 수준급이다. 30대에서 40대까지를 아우르는 중견 및 신인 배우들의 호연은, 우리나라(‘저희 나라’가 아니다! 제발!) 연극배우군(俳優群)이 얼마나 넓고 다양한지를 알려주는 방증(傍證, 반증仮證)이 아니다!)이다. 무대가 좁고 배경이 한 장소뿐이라는 점에서 오는 한계도 있지만, 그 안에서 요령껏 만들고 키워나가는 대 사와 상황 전개는 적당한 몰입감으로 시종일관 관객의 주의를 잡아끈다. 특히 극중 화자가 수시로 상대 인물 들을무대 앞으로불러세우며 자선의 할아버지와할머니라고소개하는장면은, 서사극적 효과와더불어 연극 만이 가질 수 있는 시간성과 재미를 준다. 만주의 극중인물들이 우리와 대별되는 저들이라고 해서, 우리가 모두 면책되지는 않는다. 억압받고 소외당 한 민중으로서의 조선인만이 우리가 아니다. 친일파의 후손이 아니라 해도, 계급·혈연적 우위, 자본가와 기 득권자가 되기 위해 이곳 한반도에서 또 다른 만주국 사관학교에 다니며 장검을 들고 싶어 하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볼 일이다. 원정 출산, 일류대학 선호, 아파트 평수에 따라 아이들의 서 열을 매기고, 임대아파트 산다 며 따돌리고 분리시키는 풍조, 겨우 마을 뒷산이나 오르내리면서 히말라야 등반할 때나 입을 법한 유명 브랜 드의 등산복을 차려입는 우리들의 허위의식과 허영심은 생각보다 깊고 오래된 것이다. 자괴감만 가지지 말 고, 생각하고 또 비워내야 한다. 진정한 민중(民衆)의 일원이고, 이 역사의 주체이기 위해서는. 솔 ® 문화가샨책 •연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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